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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오디세이 - 에바와 함께 떠나는 종교 문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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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5. 8. 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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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이여 신화가 되어라 !!


20세기 말에 등장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상징'과 '불친절'로 점철된 애니메이션이었다. 유대교의 카발라[각주:1]와 기독교가 한대 뒤섞인 생소한 작품 배경과 순조로운 이해를 일부러 방해하는 듯이 남발되는 서사 구조의 도약은 당시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낯설음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행히도 에반게리온이 방영되던 해는 20세기가 그 끝을 보이던 시기였다. 동시대 인들이 느끼던 미증유의 불안과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흥분은 에반게리온의 골자를 이루는 '묵시적 비밀'과 '신비'를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팬들은 스토리에 대한 어떤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 제작자들에 맞서, 에반게리온을 해석했다. 그 과정에서 종교와 신화가 스토리의 간극을 메우고, 철학과 심리학이 인물의 행동을 설명했다. 만약 오늘날 서브컬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설정 놀음과 은유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들은 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에반게리온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 에반게리온을 처음 접한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모호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사진은 극장판 破의 한장면)


이처럼 수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을 일종의 집단지성의 세계로 끌어들인 에반게리온은 그에 걸맞은 해석의 결과물들을 낳았다. 그것은 현실과 네크워크를 가로지르며 양산되어, 때로는 출판물이나 논문의 형태로도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 에반게리온에 대한 해석은 거의 완료된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극장판이 현재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야기조차 기존에 해석된 영역에서 설명될 수 있을 만큼, 에반게리온의 데이터베이스는 거대해졌다. 오만한 모습으로 일방적인 이해를 강요하던 애니메이션 하나가 마침내 장르의 새로운 '복음[각주:2]'이 된 것이다.


'에바 오디세이'는 그 연장선 위에 있는 일종의 에세이다. 책은 TV판의 회차 26편과 극장판 Death & Rebirth를 합친, 총 2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는 각 화에 등장하는 키워드를 통해 불교의 인연설부터, 성(性)담론, 키에르케고르와 맹자의 철학,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 등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450페이지에 가까운, 적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문어체와 구어체를 넘다 드는 서술 방식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정보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에반게리온에 대한 1차 학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가정하에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책은 전체적으로 에반게리온 자체보다는 그것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소재와 인물들을 '목차'나 '색인' 정도로만 사용한 듯 보이는 일부 챕터에서 더욱 두드러 진다. 때문에 '에바 오디세이'의 정체성은 에반게리온에 대한 철저한 분석보다는, 에반게리온을 이용한 여러 인문학적 지식의 열람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통해 에반게리온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원작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하나, 에반게리온의 매력은 그 '해석'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에바 오디세이'는 기존의 에반게리온 팬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출판물임이 분명하다. 만약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상징과 서사구조 중심의 이해가 필요하다면 기존에 출간된 일종의 '해체 진서'들이나, 인터넷 도처에 퍼져있는 방대한 양의 해석 모음들을 참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에반게리온의 팬이었던 사람들에게 더 넓은 시야로 에반게리온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만족지수 : ★★/5 



  1. 유대교의 신비주의 [본문으로]
  2. 에반게리온이라는 단어는 헬라어가 그 어원으로 본래 황제가 전하는 말이나 그것을 담은 문서를 지칭한다. 이 의미가 '복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의 말씀을 그렇게 표현하면서 부터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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