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롯(Zealot)

바라건대 역사적 예수에 대한 모든 포괄적인 연구가 적어도 나사렛 예수가 그리스도로서의 예수만큼이나 주목할 만하다는 사실, 나사렛 예수가 그리스도 예수만큼이나 카리스마가 넘치며 찬미받을 만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를 바란다. 

1세기 전후의 팔레스타인^[각주:1]은 격동의 장소였다. 로마는 늘 그렇듯, 해당 지역의 특권층을 포섭하는 방식으로 점령지를 지배했다. 예수살렘의 성지를 관장하는 유대교의 제사장들은 그들의 지위와 부를 보장받는 대신 로마와 결탁했다. 세리들에 의해 거두어지는 과중한 세금은 백성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겨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빈부의 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각 지역에 강도^[각주:2]가 범람했다. 많은 예언자와 메시아를 자처하는 이들이 등장하여, 하느님의 심판이 도래했음을 설파했다. 그리고 모두 목이 달아나거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나사렛 예수' 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각주:3]'만이 유일한 메시아로 남았다. 

예수라는 인물을 역사적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행위는 매우 난해한 일이다. 거의 유일하게 예수의 말과 행동을 묘사하고 있는 신약성경조차, 그 비유적이고 묵시적인 서술 방식으로 인해 예수의 신성(神聖)을 묘사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다. 때문에 저자는 성경과 더불어 다양한 위경과 당시의 역사적 배경들을 바탕으로, 정치적으로 결코 '진공'일 수 없는 예수의 모습을 탐구하고 있다. 그 안에서 예수는 완전 무결한 메시아로서의 휘광을 걷어내고 로마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 왕국을 복권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혁명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유대교의 일개 종파에 불과했던 초기 기독교가 어떤 과정을 통해 거대한 메시아 신앙으로 발전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사실 이 부분이 책의 주요 골자이다). 유대민족에게는 비극이라 할 수 있는 디아스포라^[각주:4] 현상이 역설적이게도 기독교의 확산을 견인했으며, 그 안에서 예수의 현실적인 모습은 점차 사라져 갔다는 저자의 분석은 권위 안에 숨어있는 종교의 역사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제목으로 사용된 '젤롯'은 '열성가' 혹은 '열심'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것은 당시 예수의 활동과 의도를 나타내는 것임과 동시에 유대교과 기독교를 불문하고 자신의 믿음을 실천했던 이들의 행동과 열정을 총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온 세상의 하느님이 된 역사는 그들의 '열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은 기독교인들에게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성서무오설'을 입장으로 하는 복음주의 혹은 근본주의 성향의 기독교인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성경의 당위를 부정하고, 예수의 신성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은 필시 가장 낮은 수준의 독서가 될 것이다. 예수는 사람에게 태어나 사람으로서 살다가 죽었다. 예수가 신의 아들이며, '성육신(成肉身)'의 모습으로 세상에 내려왔다 것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예수와 메시아로서의 예수를 양립시키는 일은 결코 무가치한 것이 아니다. 나사렛 예수의 삶과 복음은 그 신성(神聖)과 별개로도 믿음의 대상이 될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종교학자 '레자 아슬란'은 20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때문에 구약과 신약, 위경, 복음서,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영사적 배경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저자의 의도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참고할 만한 책이다. 

 ＃만족지수 : ★★★★/5 

1. 로마에서 사용한 지명으로 오늘날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2. 그리스어로 '레스타이'라 불렸던 이들로 도둑으로 번역되는데 로마에서 봉기나 반란을 일으키는 사람을 지칭하는 일반어이다. 결국 단순한 도둑이 아닌 로마세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3. 메시아의 헬라어식 번역. 기름부음을 받은자를 의미한다. [본문으로]
4.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발생한 종교, 정치, 경제적 사정으로 유대인이 전세계로 분사된 현상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