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것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야, 자기기만쯤은 멋지게 해낼 수 있어야 먹이사슬의 위쪽에 설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데 있다.
계모 임모 씨는 8세의 의붓딸 A양의 배를 수차례 밟아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받았다. 임씨가 A양의 언니(12세)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소풍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2013년 10월 '울산 계모 사건'과 닮은 꼴이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면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라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다.(중략) 살인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울산 계모와 달리 임 씨에게 상해치사죄가 적용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중략)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이번 사건이 계모에 대한 편견을 키우는 계기가 돼선 안된다는 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통계를 보자. 2012년 한 해 동안 일어난 아동 학대의 주체는 친부모가 79.7%(5103건)였다. 계부.계모는 3.5%(225건)에 불과했다. (중략) 통계에 나오는 학대 행위자 특성을 보면 '양육지식 및 기술 부족'이 30.4%로 가장 많았다. (중략)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경제적 사정'이 23.3%로 그 뒤를..(중략) 다시 말하자면 아동 학대를 '계모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는 애기다. A양의 고모와 생모의 요청을 받고 사건을 반전시킨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은 "이번 일로 훌륭한 새엄마들의 존재가 가려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전문보기 링크)
-p.350 '계모는 악녀인가' 中-
'정의를 부탁해'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인 저자의 칼럼을 엮은 책이다. 이 책에 실린 94편의 칼럼은 대한민국의 법과 경제, 인권과 이념을 넘나드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균형감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1.
저자의 논설은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이면을 깊이 있는 통찰로 들여다 봄과 동시에 특정 진영과 계급에 편들기식 관점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의 자장에서 자유로운 글을 쓰려고 고민하는 것이 저널리스트가 갖추어야 할 미덕이라면, 이 책은 그에 적합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때문에 날 선 비판과 다소 저돌적인 글들에 익숙해진 독자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경험이 아닐 수 있다. 이 책은 한 쪽 과녁 만을 채워나가는 일방적 포만감이나 반대 진영의 논리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일시적 쾌감은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싸워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글이 칼과 화살의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가 특정 관성에 의탁한 글 속에 매몰되어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본래 악의와 악행에 대한 모든 비판은 정의로운 감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모두가 획일적인 군중 몰이에 만 탐닉할 경우, 그것은 선량한 대상마저 공격하는 폭력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모두가 어깨를 의지하며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목이 '정의를 부탁해'이다.
덧붙이자면, 우리는 정의를 부탁하기에 앞서 정의를 응시하려 애써야 한다. 그것이 부탁하면서 남부끄럽지 않을 최소한의 담보이기 때문이다.
#만족지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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