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 때문에 얼간이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1930년 2월 14일 출간된 대실 해밋(Dashiell Hammett)의 장편소설. 하드보일드(Hard Boiled) 탐정소설의 상징과 같은 작품이자 작가의 대표작이다.
1929년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새뮤얼 스페이드에게 한 여성이 찾아온다. 자신의 이름을 '원덜리'라고 밝힌 이 의뢰인은 현재 자신의 여동생이 '플로이드 서스비'라는 남자와 함께 있으며 동생과 계속 연락이 되지 않으니 그녀를 찾아 자신에게 직접 데려다줄 것을 요청한다. 스페이드는 의뢰를 수락하고 그의 동업자인 마일스 아처가 플로이드 서스비라는 남자를 미행하지만 아처는 그날 밤 권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을 통해 서스비 또한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좀처럼 단서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처의 부인과 내연관계였던 스페이드가 범인으로 의심을 받게 되고, 그는 자신에게 접촉한 조엘 카이로와 거트먼이라는 자들을 통해 이 사건에 '몰타의 매'라 불리는 황금동상이 연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자신에게 일을 의뢰한 '원덜리' 조차 '몰타의 매' 소유권 다툼 안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고 사건은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소설은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전형을 보여준다. 주인공 사무엘 스페이드는 도덕적인 판단이나 정의감에 근거한 행동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는 매우 영민하지만 동시에 계산적이며 냉소적이다. 다른 인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상대에게 거짓말로 일관한다. 이로 인해 독자는 의도와 진실을 좀처럼 가늠할 수 없으며 소설의 이 같은 특징은 인물의 내면 상태를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서술 방식과 맞물려 작품 전반에 특유의 건조하고 비정한 분위기를 부여한다.
소설의 주요 소재인 '몰타의 매'가 갖는 역사적 가치(소설 내에서)는 결말에 드러나는 진실(강력스포일러) 1과 일종의 대칭을 이루는데, 이 같은 장치가 가져다주는 결말의 허망함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합집산과 거짓의 행태를 보란듯이 조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소설의 백미는 마지막 장에서 주인공 스페이드가 브리지드 오쇼네시를 몰아붙이는 장면이다. 근 13페이지에 걸쳐서 묘사되는 이 부분은 마침내 모든 의혹이 해소되는 결말 2(강력스포일러)임과 동시에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 지향하는 캐릭터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3
'몰타의 매'는 극적인 반전과 치밀한 복선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이에게는 다소 생경한 소설이다. 하지만 '엄청난 가치를 지닌 황금의 매'를 둘러싸고 그려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원한, 희생, 복수, 용서 등의 탐정소설의 익숙한 소재들을 소거하는 대신 '이해관계'라는 지극히 냉정하고 현실적인 개념을 갈등의 중심으로 부각시킨다.
복수귀와 천재탐정, 감정의 발화, 황당한 트릭과 자극적인 서사에 식상한 이들에게 흥미로울 작품이다.
참고로 '몰타의 매'는 총 세 번 영화화가 되었는데 3번 째 작품인 41년작(바로가기)은 명배우 험프리 보카드가 출연했다.
#만족지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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