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둘이서 죽여버릴까? 네 남편."
도쿄의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29세의 여성 오다 나오미는, 어느 날 자신의 친구인 핫토리 가나코가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가나코에게 이혼할 것을 제안하지만, 가나코는 남편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는 동안 폭행은 계속되고, 마침내 두 여성은 폭행의 당사자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그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친구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 모의. 특이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이 소재들은 소설 속에서 거대한 질량으로 변모해 독자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아넣는다.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는 '롤러코스터'와 닮아있다. 전반부 '나오미 편 1'에서, 그녀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살인 계획을 완성한다. 그 만남에서 발견한 '트릭'은 완전범죄가 가능할 만큼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계획이 진행되는 가운데, 두 여성이 보여주는 행동은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의외의 부분에서 매우 서툴고, 성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마치, 고장난 체로 상승하는 놀이기구에 올라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마침내, 후반부인 '가나코 편'에 이르러, 앞의 놀이기구는 강한 파열음을 내며 맹렬한 속도로 하강한다. 그 속도감에 기구는 레일에서 이탈할 것만 같다. 2
한 편, 소설은 몇몇 부분에서 질문을 유발한다. 계획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치매를 앓고 있는 순진한 부자 노인'은 있을 법 하다 치더라도, 어떠한 위기에서도 주인공들을 보호해 줄 것 같아 보이는 그 '트릭'이 현실에서도 가능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친구를 위해 살인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나오미의 행동을, 우정의 범주에서 이해하기에는 두 사람의 유대감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며, 그녀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서 보더라도 그것이 충분한 동기라고 납득하기 어렵다. 3
하지만 이는 소설 속에서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해 보인다. 긴장감과 속도감이 한 데 엉켜 만들어내는 아찔한 롤러코스터의 체험은 이런 점들을 한 순간에 삼켜버린다.
묵직한 여운은 아니더라도, 강한 쾌감은 확실하게 주는 소설이다.
#만족지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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