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영화의 문화적 특수성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수직통합을 통해 우리의 영화산업이 얻는 경제적 유익이 만일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희생한 대가라면 이는 경쟁법에 반하는 것으로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
1948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에게, 소유하고 있는 극장을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 일명 '파라마운트 판결'로 불리는 이 '반독점 소송'의 결과로 인해, 1950년 이후 미국 영화산업은 커다란 구조적 변화를 맞이했다. '할리우드 독점전쟁'은 이 '파라마운트 판결'의 과정과 핵심을 설명함과 동시에 이 판결이 우리 영화산업에 갖는 의미와 필요성을 상기시키고 있다. 1
현재 한국영화산업의 가장 큰 쟁점으로 '수직통합(수직계열화) 문제'가 있다. 영화산업의 제작, 배급, 상영이 하나로 통합된 구조는, 멀티플렉스라는 일종의 '영화 유원지'를 등장시켰으며, 이것은 마치 리바이어던과 같은 위용으로 한국 영화산업을 잠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4년 보고에 따르면, 5개의 멀티플렉스가 한국극장의 80.9%를 차지하며, 그 중 상위 3개의 업체가 50%이상을 차지한다. 그리고 한국 관객의 98.4%가 이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대형 자본으로 시장을 차지한 기업들은, 자사가 투자한 영화를 중심으로 배급과 상영을 결정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소 제작사 및 독립영화의 스크린 진출 기회를 박탈하고, 다양한 영화에 대한 관객의 접근성을 차단한다. 그리고 영화시장의 경쟁력을 상실시켜, 영화라는 문화예술 매체를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영화산업이 '파라마운트 판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과거 할리우드 영화시장과의 유사성에 근거해서 설명한다. 대기업 자본의 유입을 통해 형성된 시장독점, 수익의 대부분을 극장 관객수에 의존해야만 하는 한국의 영화산업 구조는, 1940년대 혹은 그 이전의 할리우드 산업형태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시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들의 불공정 관행을 금지시키고, 마침내 그들로부터 상영관을 분리시킨 '파라마운트 판결'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
출처 : http://amn.kr/index.html
또한 규제가 결국 산업을 침체 시켰다는 경제학적 논리에도 일부 반박한다. '파라마운트 판결'이 영화산업을 위축시켜, 결국 이후의 미국영화시장을 침체시켰다는 특정 경제학파의 비판은 일부만 옳다는 것이다. 수직통합의 해체가 영화산업의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영화산업 전반의 침제를 유발시켰다고는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당시 미국의 사회적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주거 환경의 이동 3, 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여가시간의 확대 4, TV 보급 증가에 이은 관련 컨텐츠의 성장이 영화산업의 문화 지배력을 잃게 만들었으며, 당시 미국을 뒤흔든 메카시즘의 광풍이 할리우드의 창작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문화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경제적 맥락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덧붙인다. 독점의 해체로 인한 수많은 독립 제작사들의 등장, 1950~60년대에 태동한 작가영화, 아메리칸 뉴 시네마 5와 무비브랫 6등을 예로 들며, '파라마운트 판결'은 그것의 긍정적인 기능과 분리되어 평가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수직통합이 해체된 1950년대 이후, 미국 영화의 질적 성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파라마운트 판결'을 중심으로한 미국 영화산업의 변화를 서술하며, 그것이 국내 영화산업에서 갖는 의의를 발견해 낸다. 하지만 판결과 동일하게 극장을 분리시키는 조치만이, 시장독점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단정짓지 않는다. 판결의 핵심을 근거로 수직통합구조가 만들어낸 시장의 독점적 위치를 확인하고, 불공정 행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추가적 방안을 검토하는 것 또한, 유의미한 시도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영화산업에 수직통합이 다시 등장했다. 이를 두고 '파라마운트 판결'이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당시 연방대법원의 판결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라마운트 판결은 애초 수직통합 자체를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이 시장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을 위법으로 판단한 것이다. 당시의 극장매각 명령은 시장에서 위법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발휘되었다. 시장독점 및 불공정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하는 '파라마운트 판결'의 기본 취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만족지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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