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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윈 경과 녹색기사 ( 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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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6. 1.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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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I SOYT QUI MAL PENSE

마음속에 악한 생각을 지닌 이여. 부끄러워할지어다. 


아더왕의 조카이자 '5월의 매'[각주:1]라 불리는 기사. 원탁의 기사 중 가장 유명한 기사를 꼽으라면 많은 이가 호수의 기사인 '란슬롯 듀 락'을 선택하겠지만, 그가 아더왕 전설이 프랑스 지역으로 건너간 후에 유입된 기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무용과 활약 면에서 가윈 경(혹은 가웨인)은 처음부터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기사라 볼 수 있다.[각주:2] '가윈 경과 녹색기사'는 14세기 영국에서 쓰여진 일종의 서사시[각주:3]로 한 기사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 그리고 그 극복의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진정한 기사도의 의미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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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서 가윈 경(혹은 가웨인 경)은 약속, 유혹, 좌절, 극복의 단계를 경험한다. 아더왕을 대신해[각주:7] 녹색기사의 목 베기 게임(Beheading Game)에 응한 그는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각주:8]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연하게 녹색 예배당을 향해 떠난다. 그가 성주 버틸락의 성에서 경험하는 세 번의 유혹은성주가 행하는 세 번의 사냥과 대칭을 이룬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유혹에서 가윈 경은 부인의 유혹을 거절하고 버틸락이 잡아온 사냥감에 대해 획득물 교환을 온전히 완수한다. 하지만 세 번째 날 부인이 건낸 녹색의 띠를 그는 끝내 거절하지 못한다. 결국 성주와의 마지막 획득물 교환에서 그것을 숨김으로써 가윈 경은 기사도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신의'를 저버리게 된다. 그가 마지막 유혹을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곧 맞이하게 될 죽음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가윈 경이 녹색기사에게 최초의 일격을 받아낼 때 보여준 망설임은 그토록 고결한 기사조차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가윈 경의 선택을 보여주는 결말에 있다. 가윈경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고 저주하지만 결국 녹색기사 앞에서 참회를 약속한다. 그리고 아더왕의 성으로 돌아가 왕과 동료 기사들 앞에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가윈경의 이러한 행동은 부끄러운 경험을 통해 드러난 자신의 결점과 한계를 받아들여 마침내 그것을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성숙한 기사도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불신의 상징으로 쓰인 녹색의 띠는 기사들을 결속하는 신뢰의 증표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가윈 경과 녹색기사'는 아더왕 전설과 중세 로망스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겸양과 세련됨을 넘나들며 구사되는 등장인물들의 궁중화법을 비롯해 이야기 곳곳에서 나타나는 여러 상징들은 서사적인 재미와 동시에 당시 귀족사회와 켈트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옮긴이의 해설에 따르면 이 책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목베기 게임(Beheading Game)원형은 8~9세기 사이에 쓰여진 아일랜드시 [플래드 브리크랜드: 브리크리우의 향연 Fleud Bricrend: Bricriu's Feast]에서 나타난다. 아일랜드의 전설적 영웅인 쿠흐크레인Cuchulain(또는 쿠훌린)은 '공포의 아들'이라 불리는 우아스 맥 이모레인 Uath mac Imomain과 게임을 벌인다. 먼저 쿠흐크레인이(또는 쿠훌린)이 우아스의 머리를 절단하고 약속에 따라 다음 날 우아스가 쿠흐크레인의 머리를 내쳐치게 된다. 우아스는 세 번에 걸쳐 쿠흐크레인의 머리를 겨냥하지만 그의 머리를 절단하지 않고 쿠흐크레인을 게임의 승자로 인정한다. 



만족지수 : ★★/5




  1. 웨일스어로 Gwalchmei [본문으로]
  2. 란슬롯이 아더왕 전설에 유입되면서 가웨인의 공적 중 상당 부분이 란슬롯의 것으로 대체 되었다는 설도 있다. [본문으로]
  3. 작자 미상 [본문으로]
  4. 의도된 것이었다. [본문으로]
  5. 아더왕의 이복 누이로써 가윈경의 이름 높은 기사도를 시험하기 위해 일을 꾸민 것이다. [본문으로]
  6. 가윈경은 성주의 여우를 받았으나 그날 자신이 부인으로 부터 받은 녹색 거들은 내어주지 않았다. [본문으로]
  7. 본래 녹색기사의 목베기 게임에 먼저 응한 것은 아더왕이나 가윈경이 스스로 그것을 대신한다. 이 대목에서 아더왕에 대한 그의 충성심이 표현되고 있다. [본문으로]
  8. 가윈경이 녹색기사의 목을 베었으므로 이번에는 그에게 자신의 목을 내어주어야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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