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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C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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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6. 1. 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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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을 봐주려고 자리를 뜨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 포도밭에 들어가는 자와 마찬가지로 도둑입니다."



아담과 이브의 삼형제 중 장남[각주:1]이자 인류 최초의 살인자.


소설 '카인'은 창세기 4장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형 카인을 주인공으로 차용하여 구약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소환한다. 동생 아벨을 살해한 죄로 추방당해 에덴동산 동쪽, 놋의 땅에 자리 잡은 것으로 기록된 성경 속의 카인은 소설에서 시간 여행자로 탈바꿈 된다. 저자는 아브라함[각주:2]과 욥[각주:3]그리고 바벨탑, 소돔과 고모라, 여리고성, 대홍수의 현장 옆에 그를 등장시킴으로써 구약에 등장하는 유일신의 대적자로 활용한다. 그곳에서 카인의 눈에 비친 기독교의 유일신은 전진 전능한 절대자가 아니다. 그는 실수를 거듭하며, 자기 결정에 대한 확신이 없는 존재이다. 또한 자신을 믿는 자를 괴롭히는 위선자인 동시에 잔혹한 학살자이며, 예상치 못한 결말에 분노하는 반쪽짜리 신이다. 


이 살인자, 니가 내 계획을 망치다니, 이게 내가 아벨을 죽였을 때 네 목숨을 살려준 데 대한 보답이냐, 여호와가 물었다.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줄 날이 와야만 했습니다. -p.206-


이처럼 소설 '카인'은 창세기에는 나와있지 않은 일종의 후일담을 통해 성경 속에 묘사된 절대자의 불완전성을 들어낸다. 창세기의 인물과 개별적인 구약의 기록 들을 한 장소에 병치시켜 유일신을 행적을 풍자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또한 도발적인 상상력과 문단의 개념 없이 일직선으로 전개되는 저자 고유의 문체는 독자에게 마치 성서의 숨겨진 위경을 읽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카인'은 '소설로서의 재미'의 측면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기존 창세기의 배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익숙한 이야기 전개는 각 에피소드를 병렬로 배치한 구조와 맛 물려 다소 식상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인상적인 사건의 발생 없이 기존 이야기의 틀 안에서 묘사되는 주인공의 행적 또한 극적인 몰입을 견인하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인과 여호와의 대립에서 드러나는 비판과 의문들이 종교와 신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질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성경 속 절대자를 향하는 풍자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희석된다. 때문에 이 책은 극적 긴장과 날선 비판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적합한 선택이 아니다. 


소설 '카인'은 철저한 무신론자였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유작이다. 2009년에 발간 되었으며[각주:4], 저자는 2010년에 사망했다. 


만족지수 : ★★/5



  1. 둘째는 아벨 셋째는 셋 [본문으로]
  2.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조상으로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한다. [본문으로]
  3. 구약 욥기의 주인공 사탄의 내기를 통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시험받는다 [본문으로]
  4. 국내에는 2015. 12 발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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