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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루쉰 소설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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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5. 3. 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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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에 난 길과 같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되는 것이다. 


작년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 '미생' 마지막회에 나온 오상식 과장의 대사. 

중국의 문호 루쉰의 대표작 '고향'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관리로 객지를 떠돌다 20년 만에 돌아온 '나'에게 고향은 쓸쓸하고 황폐할 뿐, 더 이상 기억속의 아름다운 장소가 아니다. 

'아 !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늘 그리워 하던 고향이란 말인가? 내가 기억하던 고향은 전혀 이렇지 않았다. 내 고향은 훨씬 더 좋았다. 그러나 그 아룸다움을 가슴에 그리며 그 좋은 점을 말로 표현해 보려고 하면 그 모습은 순식간에 지워지고...p98

 

괴리감은 어린시절 친구 '룬투'의 모습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20년전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알려주던 친구는, 피로와 가난에 쩌든 처량한모습으로 변해있었으며, 더 이상 '나'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혁명으로 왕조가 멸망했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봉건제도의 미망은, 오랜 청왕조 치하에 피폐해진 농민들에게 미증유의 혼란과 무력감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나'를 통해 묘사되는 고향과 친구의 모습은 당시 중국 농민의 좌절을 그리는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위해 극복되어야 할 세태를 반영한다. 이 작품은 1921년 5월에 발표되었는데, 실제 루쉰은 1919년 시골 고향집을 정리하고 베이징으로 이사하였다. 화자인 '나'는 루쉰 자신인 것이다. 

그는 멈춰섰다. 얼굴에는 기쁨과 처량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났다. 입술을 움직이긴 하는데 역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의 자세가 마침내 공손해지더니 분명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으리...!"

나는 오싹 소름이 돋는 듯 했다. 나는 우리 둘 삭이가 슬프게도 두터운 장벽으로 막혀있다는 것을 알았다. p107

 

소설은 고향을 떠나는 '나'의 독백으로 끝을 맺는다. 거기서 '나'는 희망이 각자의 안에 있음을 확인한다. 그것은 본래 모호한 것이며, 형태를 갖고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고자 할 때 비로소 발견되는 '무엇'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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