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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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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5. 3. 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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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3박 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배에 갇힌 일반인 승객들과 더불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것은 남겨진 가족들이 가닿을 수 없는 수백 개의 금요일에 관한 기록이다.


세월호 사태는 참극이다. 이 나라는 21년 전의 유사한 비극1으로 부터 어떤 것도 반성하거나 배우지 못했다. 우리는 295명의 사망과 9명의 실종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1개월이 지났다.

유가족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모두에게 무력감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권력과 언론이 보여준 행태는, 이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유가족에게 비난과 조롱을 퍼붓던 이들의 모습은, 그들과 우리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감을 유리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12명의 작가와 8명의 만화가(삽화담당)에 의해 엮인 유가족 육성기록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청자로서 그리고 최소한의 편집자로서만 참여한다. 인터뷰에 응한 13명의 유가족, 누구보다 더 강하게 분노해야 할 이들의 이야기 대부분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기억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분노와 절망으로 부터 자신을 유지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사실 공황장애가 있어. 내가 아끼는 사람이 없어지면 숨이 넘어가는 증세가 와"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건우가 더 먼저 엄마을 걱정해서 챙겨줬어요. 10시만 넘으면 전화가 와요. 제가 전화할까봐 먼저 전화해서 "엄마 나 가고 있어, 편의점 앞이야". 조금 있다 또 "엄마 나 이제 놀이터 앞이야", "엄마 나 집 앞이야" 이렇게 실시간으로 제게 전화를 해요. 제가 걱정할까 봐 그런데요.(중략0 "그럼, 집에 와서 하지 뭐하러 전화해" 하면 "엄마 걱정하잖아" 그러면 벌써 현관에서 버튼 소리가..  


소연이가 토요일만 되면 밖으로 나가자고 기다려요. 일하고 집에와서 샤워하고 나오면 "아빠 옷 입어", 그래유 놀러가자고. 딸내미는 취미가 나랑 놀러다니는 거였어유(웃음) 소래포구도 가고, (중략) 붕어찜도 자도 먹으러 다녔시유. 보통 애들은 안좋아 하는듸 소연이는 붕어찜을 좋아했어유. (중략) 식당을 다니다 보면 부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오순도순 밥 먹는 모습을 많이 봐요. "소연아, 저 모습 봐라. 아빠는 부러워 죽겄다", "아빠 걱정하지 마 내가 커서 다 돌봐줄게. 내가 자식 낳아서 아이들 데리고 오면되지, 내가 옆에서 아빠 돌보면서 그렇게 해줄께"



이제 좀처럼 세월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유가족은 아직 희생된 이의 영전 앞에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기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에 공감한다면, 그러므로 우리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다시금 떠올리고, 분노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11개월간 서서히 망각의 바다에 가라앉았을지 모를 

모두를 끌어올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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