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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감상(스포일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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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21. 4. 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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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죽는다는 두려움이 ......

인간으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추구하게 만들죠..

 

 

-이 게시물에는 영화 <서복>에 대한 내용과 결말이 자세하게 포함되어 있음-

 

 

2021년 4월 15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영화. 

불신지옥, 건축학 개론을 만든 김용주 감독의 9년 만의 신작. 

 

 

영화는 인간복제를 연구하는 서인 연구소(서인그룹 소속 연구소) 칼 애더슨 소장이 드론 테러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국 정보국의 안부장(조우진)은 전 정보국 요원인 민기원(공유)을 만나, 비밀리에 진행해 오던 인간복제 실험이 노출되었다는 이유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인 '서복(박보검)'을 안전한 장소로 이전 시킬 것을 제안한다. 기원은 죽지 않는 존재이자 신비한 능력(활성화된 뇌파로 중력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묘사된다)을 가진 서복에게 의문을 갖지만, 서복의 골수에서 추출한 IPS 성분으로 자신이 앓고 있는 교모세포종을 치료할 수 있다는(기원은 목숨이 기껏해야 1년 정도 남은 시한부 상태이다) 기대에 제안을 수락한다. 서복과 함께 지시한 장소로 이동하던 기원은 의문의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고, 안부장의 지시로 근처 안전가옥으로 이동하지만 지원을 위해 도착한 정보국 요원은 태도를 바꿔 둘을 살해하려 한다. 

 

서복의 능력으로 위기를 돌파한 기원은 서복의 신체 상태(서복은 세포분열 속도가 일반이 보다 빨라 24시간에 한 번 억제제를 맞아야 한다)와 상황을 고려해 연구소로 되돌아가려 하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서복은 그와 반목한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서복이 가고자 했던 장소인 성당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서복이 그를 탄생시킨 장본인 중 한 명인 서인 연구소 임세은 책임 연구원(장영남)의 아들 한경윤(10살 때 교통사고로 사망)의 복제체임을 알게된다. 

 

결국 갈 곳이 없어진 서복은 기원에게 연구소로 돌아갈 것을 제안하고, 둘은 이동하던 중 안부장을 필두로 한 정보국의 공격과 마주하게 된다. 도주를 시도하던 기원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게 되지만, 최초 서복을 이동시킬 때  자신들을 방해했던 세력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구출되고 연구소에서 의식을 되찾는다. 

 

사건의 진상은 서인그룹의 인간복제를 알아차린 미국이 안부장을 협박했고, 본래 미국에 서복을 넘기려 했던 시도가 실패하자 모두 살해하려 했던 것. 그리고 그 음모를 알게 된 서인그룹의 신학선(박병은) 회장은 서복을 이용해 인간의 생명을 관장할 수 있는 신이 되기 위한 야욕으로 용병 부대를 고용, 그 시도를 계속해서 방해해 왔던 것이다(첫 번째 습격과 두 번째 구출 시 용병이 기원의 안부를 묻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서복의 세포가 인간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샘플로써 기원이 필요했기 때문). 

 

결국 서복은 연구소의 실험체로 돌아가게 되고 의자에 누워 영원히 척수액을 추출당할 처지에 놓인다. 기원은 서복을 단순한 실험용 몰모트로 취급하는 연구원 신학선(박병은)의 태도에 분노해 실험을 멈출 것을 강요해 인질극을 벌이고, 엄마의 죽음(서복은 임세은 연구원을 평소 '엄마'라 불렀으며, 그녀는 자신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서복이 실험체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하다가 신학선에게 살해당한다)에 분노한 서복은 자신의 능력으로 연구소를 파괴하고 신학선 회장마저 살해한다. 

 

서복은 연구소 앞에서 안부장 일행과 대치하고, 격전 끝에 안부장을 살해하고 병력 모두를 저항 불능 상태로 만든다. 더 나아가 현장에 살아있는 모두를 죽이려는 서복을 기원이 제지하고, 그는 자신이 살아있는 한 이 상황에서 영원히 도망칠 수 없다고 말하며 기원에게 자신을 죽여달라 부탁한다. 갈등하던 기원은 결국 총으로 서복의 심장을 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는 바닷가. 기원은 서복이 만들어준 돌무덤(기원은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후회하며, 서복이 그에 호응해 기원 앞에 만들어준 돌무덤) 위에 돌 하나를 올려놓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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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은 김용주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인 동시에 국내 최초로 복제인간을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의 초반에서부터 개연성을 납득시키는데 실패한다. 작중 정보국 안부장은 협박으로 서복을 미국에 넘기기로 한다. 하지만 그 시도가 신학선의 방해로 실패하자 갑자기 기원과 서복을 모두 죽이려 한다. 일단 1차 시도가 실패하자 완전히 다른 태도로 2차 시도를 하는데 그 의도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측에서 살해를 지시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적합하지 않은 것이, 서복을 확보해 인간복제와 불사의 기술을 독점하려던 미국이 한 번의 실패로 그 존재를 말살하려 한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혹자는 미국 측이 안부장을 협박하며 설명하는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가져서는 안되는 철학적 이유'에 그가 경도되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납득하기에는 그 시도가 너무 얄팍하며, 안부장이 작품 전반에 걸쳐 보여주는 캐릭터성도 그 부분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다. 때문에 관객은 이 설명되지 않는 개연성에 계속 의문을 품은 채로 작중 내내 이어지는 안부장의 발광(?)을 견뎌내야만 한다. 

 

설정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일단 서복이 갖고 있는 초인적인 능력과 영원한 생명의 근원은 작중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제대혈에서 분리한 조혈모 세포를 해체, DNA 삽입술을 통해 수정란을 삽입시켜 자궁에 착상시켜 탄생했다는 기본적인 설명과 유전자 변형을 통해 개량된 개체라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연구원 신학선은 서복의 골수에 존재하는 역분자 줄기세포인 IPS로 인간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것으로 기원의 병 또한 치료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하지만 서복의 체세포가 인간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근거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심지어 다른 컷에서 서복의 엄마나 다름없는 임세은 연구원은 '임상실험 성공률이 얼마나 되냐'라는 기원의 질문에 알 수 없다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원의 상황을 이용해 임상 실험체로 유도하려는 시도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과성 정도는 만들어 놓았어야 했다. 또한 신학선은 '앤더슨 소장이 사라진 이상 서복이 유일한 기술의 원천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작중 서인 연구소는 거대한 선박 전체를 연구소로 개조한 프로젝트이다. 이런 규모의 연구가 소장과 최종 보고서가 사라졌다고 원천기술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이러한 미흡은 서복의 캐릭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의 탄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그저 사이드 이펙트로 발현되었다는 그의 초능력은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는 기원을 위로하기 위한 다소 오그라드는 바닷가 신(scene)과 액션 장면을 위한 알리바이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연출조차도 흔한 액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것과 유사하다(개인적으로 액션 연출은 애니메이션 '아키라'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러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서 서복에 대해 남는 인상은 초능력을 쓰며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를 빤히 쳐다보는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의 전형적인 예' 정도 뿐이다. 감독은 '유한성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는데, 이 주제 의식에 캐릭터 '서복'의 지분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박보검이라는 배우가 가진 순진무구함만을 강조해 캐릭터를 어필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건에 뛰어들고 그에게 구원을 가져다줄 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감정의 교류는 그를 완전히 다른 선택으로 이끈다. 이는 많은 영화들이 시도한 공식이다. 영화 '서복'은 이 익숙함에 '철학'을 녹여 넣어 '차별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철학'을 보여주지도 '차별화'를 어필하지도 못한다. 주소재인 '영원한 생명'을 '백신'이라는 말로 바꾸기만 하면 평범한 질병 영화와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다. 

 

주제와 재미, 어느 면에서도 좋은 말을 할 수가 없다.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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