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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센스 (Cat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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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5. 7. 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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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 

-리나 마이너 릴케-


오늘날 , 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이다. 고양이의 매력은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의인화되어, 현실과 네트워크를 넘나든다. 많은 애묘인들은 고양이를 자식처럼 대한다. 그래서 함께 살 때 일어날 수 있는 수고를, 부모의 입장으로 기꺼이 감수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고양이는 사람에게 그다지 순종적인 동물이 아니다. 그런 태도 때문에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특성을 '도도함' 혹은 '밀당'과 같은 인간적인 면모로 받아들이며, 소위 '집사'가 되기를 자청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애정만큼 고양이를 이해하고 있을까 ?. 인터넷에서는 고양이의 각기 다른 울음소리가 나타내는 감정을 분석하거나, 특정 행동을 사람의 그것에 대입시키는 시도를 쉽게 볼 수 있다. 중에는 정확한 것도 있겠지만, 틀렸거나 판단을 유보해야 한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엄연히 서로 다른 지적능력에서 비롯된 결과를 동일한 범주에서 해석하는 오류는 분명히 존재한다.[각주:1]저자인 존 브래드 쇼는 30년 이상 고양이를 연구해 온 동물학자로서, 이 책을 통해 의문에 부합하는 답을 제시하고 있다. 


고양이는 언제부터 인간의 지근거리 안으로 들어왔을까 ?. 책에 따르면 그것은 약 일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전까지 고양이는 포식자로서 야생에서 살았다. 고양이가 인간사회에 유입된 계기는 설치류를 사냥하는 습성 때문이다. 인간은 곡식창고에 창궐하는 쥐를 몰아내기 위해 사냥꾼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최초에 일종의 '공생관계'로 시작된 인간과 고양이의 만남은, '제사를 위한 제물', '귀족들의 애완동물', '중세 마녀사냥의 희생양' 등으로 그 모습을 바꿔가며, 마침내 오늘의 형태가 되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결사'로 등장했다가, '동반자'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한 고양이는 개와 달리 완전하게 '가축화'되지 못했다. 고양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여러가지 특성들[각주:2]은 모두 이 '불완전한 가축화' 로 인해 야생의 본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그렇다면 왜 고양이는 완전히 가축화되지 못한 것일까 ?.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


저자는 그 원인을 야생 고양이의 '독립적 성향'에서 찾는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개는 무리 생활을 하는 늑대가 그 기원이다. 무리 생활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읽거나, 소통하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 개가 오늘날 인간에게 보이는 다양한 반응과 상호작용은 이러한 무리 생활의 습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고양이의 기원이되는 일만 년 전 야생 고양이는 독립적인 영역동물이었다. 홀로 생활하는 동물에게, 적극적 감정표현은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일단 서로 다른 영역에 서식하므로 소통의 기회가 극단적으로 적었다. 그런 상태에서 함부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게 만들어, 필요치 않은 싸움을 유발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빤히 쳐다보는 행동을 '싸움 거는 것'으로 인식하는 고양이의 반응은 이러한 본성에 기인한다. 소통을 위해 필요한 '바라보는 행위'를 도전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때문에 고양이는 개에 비해 훈련이 매우 힘들었다. 결국 인간은 상대적으로 소통이 수월한 개를 훈련의 대상으로 선택했고,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인간을 향한 감정표현과 상호작용[각주:3]이 다양화되지 못한 상태로 진화하여, 불완전하게 가축화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변화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무리생활'을 들 수 있다. 만약 야생고양이가 인간과의 접점 없이 살아왔다면, 지금도 여전히 홀로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영양가 있는 먹이와 안전한 주거환경을 제공 받으며 살아온 고양이들은 지금과 같이 무리지어 살 수 있게 사회화 되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특유의 독립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집 안 밖에서 사이좋게 모여사는 고양이 들을 볼 수 있다. 고양이는 인간이라는 다른 종을 통해 함께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


* 책에 수록된 고양이의 특성 일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고양이의 사회화는 생후 3~8주 사이 진행된다. 

2

 개의 경우 시간이 지나도 훈련에 의해 사회화가 가능하나, 고양이의 경우 매우 어렵다.

3

 고양이의 성격형성은 사회화 기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생후 4~8주 사이에 사람에 대한 관점이 형성된다. 그로 인해 8주까지 여성만 있는 공간에서 지

 낸 고양이는, 입양된 후 성인, 아이를 불문하고 남자를 두려워 할 가능성이 있다. 

5

 생후 3~8주 동안 하루에 30~40분간 핸들링을 경험한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사

 람에 대한 열정과 사회성이 매우 증가한다. 

 고양이는 파란색과 노란색 만을 구분한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발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민감하기 때문). 발바닥에는 미세한 감각기관이 

 있어서, 고양이는 촉각으로도 상대방의 정보를 분석한다. 

 고양이가 장난감에 금방 실증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의 외형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

 의 행동으로 장난감의 외형이 변화할 경우(예로 부서지거나 찢어질 경우) 관심도가 증가한다. 

 고양이는 '관심'을 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먹이를 보상으로 여김)

10 

 고양이의 습성 중 인간에 의해 훈련받아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 

11

 처음 만난 고양이에게 꼬리를 일직선으로 세우는 것은, 다가가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는 행동이다

12

 고양이의 골골송은 행복감을 느낄 때 이외에도 나온다(고통, 불안, 배고픔 시에도 나옴) 이것은 

 주어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고자 하는 의도이다. 

13 

 고양이가 가출하여 돌아오지 않는 경우는 자신의 의지로 주거지를 변경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주거지에 주면에 사는 다른 고양이로 인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지

 금 사는 곳을 자신의 주거지로 확정하지 못할 경우) 발생한다. 

14 

 고양이가 현재 자신의 주거지에서 안정감을 찾지 못하는 경우 보이는 행동 

 ---> 아무 장소 혹은 출입구에서 먼 장소에 배변한다.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본다 등 


책은 고양이의 기원, 진화, 습성을 분석함과 동시에 미래의 고양이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그 중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품종개량 문제'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고양이의 품종개량을 오로지 '외모개선'의 목적으로 만 수행해 왔다. 이러한 시도는 고양이의 외모를 인간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에는 기여했을지 모르나, 오히려 유전병 등의 부작용을 만들어 냈으며, 고양이의 가축화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때문에 앞으로의 품종개량에서 우선 되어야 할 기준은 '기질개선'이다. 고양이의 유전자 중 인간과 더 가까워지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접목시켜 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중성화 문제'이다. 현재 고양이의 개체수를 관리하기 위한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중성화'가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중성화 정책은 장기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무분별한 중성화는 인간의 관리 안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의 개체수를 줄이는데 효과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에게 덜 친화적인 고양이의 개체수 만 증가시켜[각주:4], 결국에는 고양이의 인간 친화적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캣 센스'는' '고양이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룬 학술서적에 가깝다. 단순히 고양이와 가까워지기 위한 정보 습득을 넘어 '고양이라는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더 의미 있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최초의 고양이 통합학문서'라는 문구는 설득력을 갖는다. 


만족지수 : ★★★/5



**************



이 책은 편집상의 오류가 있다. (2쇄 시 수정되어 나오길 바란다)


p.166 첫 번째 단락의 내용이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는데 

새끼 고양이가 사람에게 이상적으로 사회화되기 위해서는 매일 사람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15분만 사람 손을 타는 새끼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는 있지만, 하루에 40분씩 핸들링을 받는 녀석들은 사람에 대한 열정을 보이지 않아 사람 무릎위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고 한다. 


위 문장은 그 자체로도 뜻이 맞지 않으며, 앞 뒤 글의 맥락으로 봐도 틀린 문장이다. 


* 해당 문장의 영어 원문

Kittens need a lot of daily exposure to people to become optimally socialized to them.

In one study, fifteen minutes handling each day produced a kitten that would approach people, but not as enthusiastically as a kitten that had been handled for forty minutes per day. Likewise, the fifteen-minute kitten would not stay on a lap for as long as the forty-minute one.


* 올바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새끼 고양이가 사람에게 이상적으로 사회화되기 위해서는 매일 사람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15분만 사람 손을 타는 새끼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는 있지만, 하루에 40분씩 핸들링을 받은 녀석들이 가진 사람에 대한 열정은 보이지 않아 사람 무릎 위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고 한다.


  1. 모건준칙(Morgan's Canon)과 연관될 말로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본문으로]
  2. 다른 고양이를 매우 불편해 하는 모습,불순종적인 태도, 개에 비해 부족한 애교나 감정표현, 집 안에서 사냥하는 듯한 행동: 일명 우다다, 가출행동 외 다수 [본문으로]
  3. 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서툰 것이지 인간과 교감하지 못할 정도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늘날 고양이와 사람과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본문으로]
  4. 결국 사람에게 관리되지 않는 야생에 가까운 고양이들의 개체수만 증가하게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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