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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まほろ驛前多田便利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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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6. 4. 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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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다다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행복은 재생된다고.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그머니 찾아온다고.



미우라 시온(三浦しをん)의 장편소설.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 


도쿄 근교의 마호로 시에서 심부름 집을 운영하는 다다는 어느 날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인 교텐을 만나게 된다[각주:1]. 같은 반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해보지 않은 사이. 다다에게 교텐은 마주하기 껄끄러운 존재이다. [각주:2] 


치매노인에게 아들인 척 말동무해주기, 버스 운행 횟수 세기, 강아지 돌보기, 문지방 고쳐주기, 창고 정리, 고양이 밥주기, 초등학생 바래다 주기 등등 시간당 2천 엔에 무슨 일이든지 대행하는 다다 심부름 집. 어찌된 영문인지 직장도 특별한 거주지도 없이 떠돌던 교텐은 자연스럽게 다다의 심부름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되고 성격도 생활습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는 이 뜻하지 않은 동거를 통해 동업 아닌 동업을 시작한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은 전형적인 에피소드 형 소설이다. 초등학생부터 매춘부, 노인에 이르는 다양한 의뢰인을 통해 등장하는 이야기는 배경이 되는 마호로 시의 분위기를 담는 동시에 의뢰를 수행하는 다다와 교텐의 성향을 묘사한다. 항상 계획대로 움직이며 자신의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데 익숙한 다다. 그에 비해 매사에 대충대충, 넓은 오지랖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는 교텐. 각각의 에피스드는 상황의 흥미로움보다는 이러한 두 사람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그 당위를 갖는다. 


다다에게 교텐은 외면하고 싶은 과거이자 동의할 수 없는 현재이다. 그를 처음 마주쳤을 때 느꼈던 불편함과 함께 지내며 경험하는 불협화음 들은 모두 그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다다는 의도치 않게 자신의 삶으로 튀어 들어온 이 엉뚱한 동창생 덕분에 비로소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전반을 통해 그려지는 교텐의 과거와 현재는 다다 자신을 투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다다라고 할 수 있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은 빼어나게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다.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대부분은 극적 몰입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며 눈물을 쏟을 만한 최루성 상황 또한 없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느껴지는 정서적인 포만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비되는 인물을 통해 주제가 드러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 낸다. 또한 각 에피소드 들은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더라도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인물 간을 갈등을 부각시키는 장치로써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는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배를 엮다'를 먼저 읽은 덕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하지만 이것은 '배를 엮다'가 그만큼 좋은 소설이라는 의미이지 이 작품이 졸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비교적 초창기 작가의 스타일을 경험하기에 좋은 소설이다. 


끝으로 소설 외적인 부분에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자면... 

 

이 책의 표지 후 면에는 '루저들의 브라보, 라이프'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아마도 편집자는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과 인물이 사회의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저 같은 문장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인간의 삶을 승과 패로 나누어 구분 짓는 방식은 함께 쓰인 '브라보, 라이프'라는 표현과도 모순되며, '루저(loser)'라는 단어는 영어권에서도 특정 규칙 하의 승부에서 승자와 패자를 구별하는 용도 이외에 사용될 경우 조소와 경멸의 의미를 나타낸다. 책이라는 재화에 상업성에 앞서는 절대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출판된 지 10년 가까이 지난 책의 단어 하나에 뭐 그렇게 토를 다느냐고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장점에서 생각하자면 '루저들의~~'는 분명 부적절한 구호이다. 



이 작품은 영화와 만화로도 제작되었으며 만화의 경우 2011년 대원에 의해 정발 되었다. 


만족지수 : ★★/5


  1. 소설의 정황상 졸업 후 십수년이 지난 후로 보인다 [본문으로]
  2. 다다의 학창시절 기억과 연관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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