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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아수라(春と修羅) : 심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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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5. 6. 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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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동화작가이자 시인, 시인, 농촌계몽가, 교육자였던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시집. 

우리에게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다.[각주:1] 시집의 부제(심상스케치)에서 표현한 것처럼, 수록된 시들은 특별한 형식과 운율을 띄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방식으로 쓰여져 있다. 또한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방식으로 인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의 생전 행적과 의도를 고려했을 때, 이것은 작가가 처한 환경과 대상에게 [각주:2]자신을 이해시키고, 동화하여, 마침내 영향을 미치기 위한 시도로 이해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환경)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바램(목표)을 그려내고, 그것이 온전히 달성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좌절과 고독의 심정을 묘사하고 있다.


미야자와 겐지는 전당포업을 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빛바랜 물건을 담보로 돈을 버는 일보다, 고단한 삶을 사는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길 원했다. 때문에 농경사회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비료 및 농업기술을 공부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농촌을 계몽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당시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도, 이해받지도 못했다. 그리고 자비로 출판한 시집 한권 만을 남기고 37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각주:3]. 겐지가 살던 당시의 일본은 전체주의를 동력으로 전쟁과 폭력의 광기가 맹렬히 돌진하던 시대였다. 평화와 인간성을 기대할 수 없는 시기에, 그는 농경으로 돌아가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을 통해 타인의 행복에 기여 하고자 했던 것이 겐지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수록시 '비에도 지지 않고'에 잘 나타나 있다. 

 

제목에서 언급되는 '아수라'는 겐지 자신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고뇌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제석천에게 도전하나 수없이 좌절하는 아수라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각주:4]. 수록된 동명의 시 '봄과 아수라'에는 자신이 정착한 농경사회에서 느끼는 괴리감과 좌절감이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미야자와 겐지의 삶과 작품은 모두 생전에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남겨진 친필 원고들이 친구들에 의해 출판되어 널리 소개되었으며, 현대에 이르러 그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자 동화작가가 되었다. 타인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고민한 그의 삶과 정신은, 또 다른 형태의 광기가 폭주하는 시대에 더욱 빛날만 한 미덕이다.


본 시집 '봄과 아수라'는 1996년 일본문화개방 시류에 부합한 '20세기 일문학의 발견'시리즈의 하나로 웅진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절판 후, 최근까지 책의 형태로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판본이었기 때문에 중고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었다. 당시 초판본을 구매한 후 아주 불행한(?)경험을 통해 분실한 후 재구매를 포기했으나, 작년 디앤씨북스에서 발행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3권의 이벤트 부록(위의 이미지가 부록판 이미지이다)으로 깜짝 발간되어 다시 소장할 기회를 얻었다. (소설의 소재로 '봄과 아수라'가 사용된 것이 계기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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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상 주인공들이 은하철도를 타고 모험을 한다는 소재를 제외하고는 내용의 전개나 주제의식은 완전히 다르다 [본문으로]
  2. 농촌과 농민 [본문으로]
  3. 그의 여동생도 폐결핵으로 일찍 사망했다. [본문으로]
  4. 겐지는 불교신자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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