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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みみずは黃昏に飛びた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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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8. 9. 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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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왜 무라카미씨가 쓰는 글에 비약이 생기는가 할 때의 '비약'에 해당하는 부분은 현실 쪽의 이론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고요. 


-무라카미

그렇죠 그게 중요합니다. 현실적으로만 이야기를 해석해버리면 단순한 수수께끼 풀이가 돼버립니다. 혹은 전문가의 지식경쟁이 되거나.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川上未映子)가 인터뷰어,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문답집. 총 4번의 심층 인터뷰를 하나로 엮었다. 일본에서는 17년 4월, 국내에는 올해 8월에 출간되었다.


때때로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읽고는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화가 작품에 대한 해석과 감상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과도한 '아우라'를 덧 씌우려는 의도로 구성되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그 의도를 향해 적극적으로 '티키타카'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면 결국 해당 작가와 인터뷰어의 이름이 들어간 글은 일부러 피하게 된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또한 외형으로만 보면 개인적인 편견에 해당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예약까지 해가며 이 책을 읽은 이유는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덕분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드러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대하는 태도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것임에도 몰입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관조적이다. 이 같은 태도는 독자에게 작가와 작품에 대해 불필요한 신비감을 갖지 않게 하며 독자가 작품을 더 적극적으로 대면하게 만든다. 하루키를 오랫동안 읽어온 사람이라면 그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매우 일관되며, 그 성향이 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와카미 : 쓰는 사람도 무엇을 쓰는지 모른다는 게 무라카미 씨 작품세계의 공통적인 메타 구조잖아요. 이번에도 그걸 따르자는 생각은 없었나요? 


무라카미 : 관계없어요. 그냥 단어가 떠올랐고, 그게 혼자 돌아다니는 모습을 글로 썼을 뿐이죠. 자기가 알아서 돌아다니는 걸 저도 뭐라 할 수 없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며,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이 책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물론 팬이 아니어도 읽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하루키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읽어온 과거작에 대한 반추인 동시에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일부 작품에 대한 의문을 가졌던 독자에게 다시 생각해볼 기회 또한 제공한다. 


작년에 방영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예능 '알쓸신잡(시즌1)'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학이라는 것은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 보는거지 작가가 숨겨놓은 어떤 주제라던가 이런 것을 찾기 위해서 하는 보물 찾기가 아니거든요. (중략) 우리는 독자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그리고 그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서 자기 감정을 발견하고..아니면 타인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거예요..(중략) 어떤의미에서 문학작품은 우리 모두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존재하는 건지도 몰라요.."


김영하의 저 말이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에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가와카미의 종회무진한 질문과 하루키의 진지하고 담백한 응답은 결국 '소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 하나의 주제로 수렴된다. 


인터뷰어(가와카미 미에코)가 인터뷰이만큼이나 눈에 띈다. 하루키 작품에 대한 그녀의 높은 몰입도는 마치 그녀 자신이 인터뷰어임과 동시에 인터뷰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깊이 있고 변화무쌍한 질문들은 그 자체가 독자가 갖고 있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의 여신인 미네르바(아테나)는 전쟁의 여신인 동시에 지혜의 여신인데, 그녀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 부엉이(올빼미로 번역되기도 한다)는 황혼녂에 이르러서야 인간 세상으로 날아 올라 하루동안 차오른 지혜를 걷어온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라는 제목은 하루키의 집필 방식에 대한 우회적인 표현임과 동시에 이 문답집이 만들어진 시기의 적절성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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