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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유리( 絢爛たる流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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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8. 9. 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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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세례를 받지 않고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는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분게이슌주>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이자 일명 '사회파 추리소설'의 시작으로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清張)의 연작 소설집. 총 열두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현지에서는 1964년 초판이 출간 되었으며 국내에는 올해 8월에 소개되었다. 

 

3캐럿 순백 무흠결, 파이니스트 화이트. 원형 다이아몬드. 링은 백금 한 돈. 쇼와 X년 3월 21일, 도코시 아자부 이치베에초 XX번지 야쓰오 기에몬 씨에게 8600엔에 최초 판매된 다이아몬드 반지는 열 두편의 단편 중 총 열번 그 소유자가 바뀌며, 그들 모두는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거나 그 사건에 연루된다. 


인간은 물질을 탐해서 살인을 하고, 거추장스런 가족이 싫어 살인을 하며, 그것을 숨기기 위해 살인을 한다. 그리고 질투에 눈이 멀어 살인을 하다가, 부채에 못견더 살인을 하고 결국 생존을 위해 살인을 한다. 


책의 표지는 전쟁 전 후, 가난이 극에 달하고 윤리가 무너진 일본 사회에서 자신의 잇속을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 군상을 그린다고 소개하지만, 기실 인간의 살의는 어려울 때나, 여유로울 때나 변함이 없었다. 


다이아몬드가 가진 현란한 컷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반영하는 듯 하나, 책을 잃다보면 오히려 다이아몬드라는 물질은 그것이 갖는 특유의 견고함 덕분에 결코 퇴색하지 않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상징하는데 더 적합한 물건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저자의 절제되고 건조한 문장은 욕망 앞에 황폐한 인간상을 묘사하기에 매우 적합하며, 각 작품의 길이가 짧고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진행 됨에도,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복선의 회수와 반전의 재미를 모두 충족시킨다.


실제 마쓰모토 세이초는 태평양 전쟁 발발 후 35세의 늦은 나이에 징집 되는데, 당시 그가 복무 했던 장소는 조선의 용산과 정읍이었다. 이 같은 경험은 본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 중 '백제의 풀'과 '도망'[각주:1]에서 잘 드러난다. 



  1. 백제의 풀에서 내용이 이어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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