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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ぼぎわんが,來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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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8. 12. 2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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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검은 머리칼이 소리도 없이 곤두서고, 그 너머에서 거대한 입이 벌어졌다. 

새카만 혀가 축 늘어졌다. 음식물이 상한 시큼한 냄새가 어두운 공간을 떠다녔다. 


사와무라 이치(澤村 伊智)의 장편소설이자 데뷔작.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

2015년 10월 출간 되었으며, 국내에는 올해 10월 번역, 소개되었다. 


중소 제과업체 '도노다 제과'에서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남성 '다하라 히데키'는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딸로 인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는 전업주부인 아내를 도와 가사와 육아를 부담할 의욕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딸 '치사'의 일로 찾아온 손님이 있다는 호출을 받지만 막상 찾아간 장소에 방문자는 사라지고 없다. 방문을 알려준 직장 후배에게 구체적인 사항을 묻지만, 그는 방문자가 여성이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이야기할 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후배는 팔에 원인 모를 출혈이 발생 병원으로 이송되고, 무언가에 물려 감염이 된 것 같다는 불확실한 진단 만을 받은 채 얼마 후 사직서를 제출한다. 


다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불안감을 느끼지만 막 태어난 딸의 육아와 가사분담에 몰두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불가사의한 현상은 마침내 자신의 가족까지 집어삼키게 되고, 미증유의 혼란 속에서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을 찾아온 적이 있는 '보기왕'의 존재를 떠올린다.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그 부름에 대답하면 대상을 잡아간다는 요괴 '보기왕'


오래전 단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그 요괴가 일련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한 다하라는 동분서주하게 되고, 마침내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젊은 영매사 마코토를 만나게 된다. 


일행은 강대한 적 '보기왕'의 정체를 확인하고 그것을 막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건에 참여한 또 다른 여성 영매사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들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압도적인 공포와 직면하게 된다. 보기왕은 어떤 존재이며, 왜 다하라와 관련된 사람들을 말살시키려 하는가? 


'보기왕이 온다'는 평범한 샐러리맨과 그 일행이 초자연적인 공포에 저항하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 함께한 오컬트 작가는 탐정의 역할을 하며, 영매사는 직접적인 억제력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포소설이 그러하듯 이 소설의 골자 또한 공포로 부터의 탈출 그 자체보다는 왜 그것이 주인공과 그 일행을 공격하는가에 있다. 전체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다하라 히데키'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2장은 그의 아내 '가나', 3장은 오컬트 작가인 '노자키'의 것이다. 이처럼 이야기가 분할되어 있는 이유는 이 소설이 다층적 관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1장이 이야기의 시작과 충격을 제시한다면, 2장은 1장에 대한 반전과 의혹을 추가하고 3장은 1, 2장에 흩트려 놓은 복선을 전부 회수한다. 


이 소설의 중심을 관통하는 '요괴는 인간의 어두운 마음에 찾아온다'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는 매우 진부한 것이지만 등장인물 사이사이에서 그 정체를 드러내는 '어둠'의 실체는 비극적인 동시에 처연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결말인데, 그전까지 보인 이야기의 무게감에 비해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이 다소 가볍다는 인상을 준다. 


가급적 한 번에 전부 읽기를 추천하며, 그 정도의 흡인력은 갖춘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고백'의 감독으로 유명한 '나카시마 테츠야(中島哲也)'에 의해 영화화가 되었으며, 12월 7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제목은 [來る:온다]. 본 쪽의 반응은 극단으로 갈리는 편인데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지만, 영화에서 표현되는 '보기왕'의 존재가 지나치게 모호하다거나 결말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소 당황스럽다는 의견들이 있다. 


영화 [來る] 트레일러

원본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oHK9zj8cN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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