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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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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7. 4. 1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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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자기 밥그릇 하나 없는 애들이 

고려청자만 수백 개를 가진 사람들한테 뭘 자꾸 가져다 바치고 있는 꼴인데, 

재미있는 건 본인들은 그렇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도선우 장편소설

제 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각주:1]


주인공 장태주는 17살 미혼모에 의해 공중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보육원에서 성장한 그는 초등학교에 진학한 후 괴롭힘의 대상이 되어 고초를 겪지만 얼마 안 가 자신의 능력에 각성, 중학생이 되어서는 일진들의 포섭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단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결국 일진의 무리가 갖는 힘에 의해 소년원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복싱 전 동양챔피언 출신의 '담임'을 만나게 된다. 퇴원 후 '담임'의 집에 거주하면서 복싱을 체계적으로 배운 장태주는 기득권인 한국복싱협회의 방해에도 불구, 연승을 거듭하여 마침내 세계 챔피언으로 5체급을 석권하는 국민영웅으로 성장하게 된다. 


불우한 주인공이 처지에 좌절하지 않고 세상의 차별과 괴롭힘에 의연히 맞서, 끝내 승자가 되는 방정식은 성장소설의 식상한 전형이다. 여기까지의 구조만 보자면 이 소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 장태주의 삶은 복싱영웅으로 부과 명성을 거머쥐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순간 가족과 스승을 잃고, 그의 삶은 폭주한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도달하는 모습은 그의 정점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그런 점에서 소설 '스파링'은 가슴 벅차고 희망적인 성장이야기는 아니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이 굴복 아니면 소유라는 힘의 극단적 속성 사이에서 충돌하다가 마침네 그 실체와 출구를 마주하는 내용이다. 


작가의 원래 작풍인지, 이 작품만을 위해 의도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기성 소설가들의 그것과 비교해 문체가 '날것'에 가깝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는 이러한 특성은 문체에 대한 호오와는 별개로 소설이 매우 '야성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야기의 흐름 상 후반부의 변곡점들이 도약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각 사건이 연결되어 하나의 결말에 도달하기보다는 의도하는 결말을 위해 개연성이 낮은 상황을 이어 붙인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전반부의 성장기에 비해 매우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후반부의 특성과 맞물려 더 두드러진다. 



  1. 저자의 데뷔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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