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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蜜蜂と遠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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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7. 8. 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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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탄을 설치해 두었다네. 내가 사라지면 틀림없이 폭발할 게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탄이.



온다 리쿠(恩田 陸)의 장편소설.

2016 일본에서 출간되었으며, 2017. 7월 국내에 소개되었다. 


전설적인 거장 유지 폰 호프만. 제자를 거의 두지 않는 그를 사사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어떠한 경력도 갖고 있지 않은, 음악의 신에게 사랑받고 있는 16세 소년 '가자마 진'. 일찍이 그 재능을 드러내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나, 어느 날 연주를 앞두고 돌연 사라져 버린 잊힌 천재 '에이덴 아야'. 외모와 실력을 모두 겸비하여, 대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로 등극하는 쥴리어드 음대 출신의 '마사루 카를로스 레바 아나톨'. 특별한 재능은 가지지 못했으나, 자신같은 평범한 사람도 음악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최연장 참가자 '다카시마 아카시'.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빛나는 재능과 열정이 격돌한다. 


'꿀벌과 천둥'은 구조가 매우 단순한 소설이다. 3차례의 예선과 1차례의 본선으로 이루어진 콩쿠르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다루고 있으며, 충격적인 사건이나 반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묘미는 연주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풍부한 묘사, 매력적인 등장인물, 그리고 그들이 겪는 변화를 감상하는 것에 있다. 


주요 인물 중에 나이가 가장 적은 '가자마 진'은 이 작품에서 '변혁(變革)'을 상징한다. 그의 연주는 기존의 클래식 피아노를 압도한다. 그것을 처음 들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감동보다는 당혹감이다. 심지어 어떤 심사위원은 클래식에 대한 모독이라며, 그를 탈락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등장인물과 심사위원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단연 '가자마 진'이다. 그가 만들어 내는 '파격(破格)'을 감상하는 것은 이 소설이 주는 가장 큰 재미이다. 그에 반해 '에이덴 아야'는 전형적인 '소진된 천재'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미 어린 나이에 국내외 유수의 주니어 콩쿠르를 제패하며 '천재소녀'로 불렸던 그녀는 자신을 피아노의 길로 이끌어준 어머니의 죽음으로 무대를 떠난다. 1년 반이나 미리 잡혀있던 모든 스케쥴을 뒤로하고 그녀는 그렇게 음악의 세계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소진된 것이 아니다. 요시가에 콩쿠르에서 경험하는 변화를 통해 그녀의 진정한 재능이 '개화'한다. '마사루 카를로스 레바 아나톨'은 이 작품에서 가장 완벽한 인물로 묘사된다. 혼혈가정에서 태어난 그의 놀라운 재능은 곧 눈에 띄게 되고, 훌륭한 스승 밑에서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성장한다. 게다가 아름다운 용모에 큰 키, 예리한 통찰력까지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작가는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음악가를 상정하고 이 인물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다카시마 아카시'는 이 작품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으며,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다른 등장인물들과 같은 빼어난 재능을 타고나지는 못한 인물이다. 그는 음악을 그만두고 대형 악기점에서 일하던 중 마지막 도전을 위해 콩쿠르에 참가한다, 꼭 '재능' 만이 음악을 지속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대변하는 인물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연주자 이기도하다. 


주 무대가 피아노 콩쿠르인 관계로 이 소설에는 연주에 대한 묘사가 상당 분량을 차지한다. 그 부분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표현이 다소 장황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마치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에서 나타나는 와인에 대한 감상을 보면서 느끼는 그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달리 보면, 소리를 글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 중 해당 서술방식 보다 더 적합한 것을 연상하기 어려우며, 그 장황함이 음악에 대한 입체적인 연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을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극의 마지막까지 일정 이상의 몰입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을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읽는 중간, 유튜브 등을 통해 해당 곡의 연주를 찾아보는 것이 읽는 재미를 더 높인다. 


태어날 때부터 '음악의 신'에게 사랑받은 인물들이 사는 세계. 그 가혹함과 아름다움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꿀벌과 천둥'은 작은 날갯짓이 커라단 변화를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나비효과'와 유사한 의도로 사용된 듯하다. 그중 '꿀벌'은 등장인물인 '가자마 진[각주:1]'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1. 그의 아버지는 양봉업자 이며, 가자마 진은 평소 아버지의 일들 돕는 것으로 묘사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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