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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끽연자(最後の喫煙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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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6. 6. 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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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이오. 장차 교과서에 '그들은 죽어도 입에서 담배를 놓지 않았습니다'라고 칭송받을 수 있도록 멋진 죽음을 맞이합시다".


-소설의 내용이 꽤나 언급됩니다.-


1987년 문예지 [소설신초]에 발표된 츠츠이 야스타카(筒井康隆)의 단편소설. 2002년 동명의 단편집에 수록되었으며 국내에는 2008년 출간되었다(현재는 절판).


하루에 60~70개비가량의 담배를 피워데는 헤비 스모커인 '나'는 꽤나 잘 나가는 작가이다. 그가 살고 있는 일본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금연운동이 시작되었으며 최근 몇 년간에는 더욱 맹렬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나'는 업무 관련 미팅을 위해 집으로 방문한 여성 편집자로부터 '나는 담배 연기가 싫어요'라고 적힌 명함을 건네받게 된다. 급격히 기분이 상한 '나'는 편집자와 얼굴을 붉히게 되고, 두 사람 모두 기분이 상한 체 미팅은 취소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여성 편집자는 혐염권 운동의 기수 중 하나였다. 그녀는 여러 잡지에 흡연자를 억지투정, 아둔완고, 망상망집의 인간으로 매도하는 글을 무차별 적으로 기고한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대응하는 글을 쓴다. 그리고는 비흡연자들을 복잡한 생각 따위는 할 줄 모르는 단세포 같은 부류로 묘사하며 신랄하게 깎아내린다. 결국 이 다툼을 통해 '나'를 향한 비흡연자들의 비난과 공격이 발화하여 비난의 편지와 욕설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티비와 잡지에 담배 광고가 금지될 무렵 흡연자들을 향한 사회적 홀대는 가중된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원에는 '개와 흡연자 출입 금지'라는 간판이 붙고, 기차의 흡연칸은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 푸세식 화장실이 치워지지도 않은 체 그대로 방치된다. 이러한 흐름은 점차 격화 일로를 띄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어느 헤비 스모커가 주부와 경관들에게 총과 칼로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는 온몸에서 니코틴과 타르를 흘리며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쿄에 진도 5의 지진이 발생하여 화재가 났을 때 흡연자들이 폭독을 일으켰다는 선동이 날뛰어 각 지역에 검문소가 설치되고, 흡연자로 간주된 사람은 전부 처형을 당하는 참극이 발생한다. 


결국 모든 담배 회사는 도산하고 삼각 복면을 쓴 KEK단(혐염권 단)은 시내에 남아있는 담배가에 마저 불을 지른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출판사에 원고료 대신 담배를 보내지 않으면 원고를 쓰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버텨보지만 상상은 점점 '나'를 조여온다. 


비흡연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흡연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몰려들고 드디어 '나'의 집까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나'는 인근에 사는 흡연자 동지인 쿠사카베 씨와 협동하여 집 주위에 전기가 발생하는 철조망을 두르고 총과 일본도로 무장, 비흡자들의 공격에 힘겹게 저항한다. 하지만 비흡연자들의 무리는 급기야 집에 불을 지르고 수세에 몰린 두 사람은 도쿄로 이동해 끝까지 항전하자는 결의를 다지고 차를 이용해 탈출한다. 


마침내 도쿄에 도착한 '나'와 쿠사카베는 남은 흡연자들과 규합, 담배의 신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른 후 약 일주일에 걸친 처절한 사투로 뛰어들게 되는데.......


'최후의 끽연자'는 좀비물의 구조와 흡사하다. 흡연이 일종의 병원체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설정이나 그 흡연을 행하는 사람들이 매개자로 취급되어 고립되고 공격받는 전개는 좀비물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소설의 다소 허망하고 혹은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결말은 마치 소설판 '나는 전설이다'가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야기가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좀비물의 병원체라는 소재가 기호품인 담배로 교체되는 대신 좀비물식 전개와 담배가 갖는 비대칭성이 오히려 흥미를 가중시키며, 그 상황에서 고분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과 심리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웃음을 자아낸다. 현실의 애연가들 입장에서 보면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지는 모르겠으나 흥미로운 소설임은 분명하다. 


저자인 '츠츠이 야스타가(筒井康隆)'는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총 8편)을 읽다 보면 과연 '시달소'가 동일인이 쓴 작품이 맞는지 의심스러워 진다. 


참고로 이 책의 제목에 쓰인 '끽연자'의 '끽'은 실제 한자인 '먹을 끽()'자로 '끽연자'는 흡연자와 동일한 의미의 단어이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표현인데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두 단어 모두 정식 표준어로 인정되는 단어이나 흡연자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일 뿐이라고 한다. 실제 한자를 많이 표기하던 시절의 신문을 보면 '끽연자(喫煙者)'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어판 편집자가 책의 제목을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최후의 흡연자'로 변경하여 출간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끽연자'라는 단어가 주는 생소함과 발음의 특이성이 '블랙 코미디 단편 모음집'이라는 이 책의 성격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아니면 그냥 원작 존중일 수도 있고...).



#만족지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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