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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살인사건(白ゆき姬殺人事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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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8. 3. 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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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 타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요.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장편소설. 

2014년 2월 발표했으며, 국내에는 올해 1월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의 T현 T시에 있는 시구레 계곡에서 '히도네 주조'의 자회사인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하는 25세의 여성, 미키 노리코의 사체가 발견된다. 사체는 불에 타 심하게 회손되어 있었으며 다수의 자상을 입은 상태였다. 주간지 [주간태양]의 기자인 '아카보시 유지'는 피해자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고, 그것들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다. 이로 인해 인터넷상에 사건에 대한 여론이 형성,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사 동기인 '시로노 미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평범한 외모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그녀가,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던 '미키 노리코'와 지속적으로 비교되어 왔다는 점, 자신의 남자친구를 '미키 노리코'에게 빼앗긴 경험이 있다는 사실, 결정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밤 피해자와 그녀가 같은 차 안에 있었다는 것과 황급히 가방을 들고 역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은 그녀가 '미키 노리코'를 살해한 범인이며 이미 도주했다는 의심을 굳어지게 만든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위해 '아카보시 유지'는 '시로노 미키'의 지인들을 인터뷰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어린 시절 '저주의 의식'을 행한 적이 있으며, 그녀에게는 원한을 품을 이에게 고통을 가할 수 있는 '저주의 힘'이 있다는 증언을 확보하게 된다. 


소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미스테리 소설이다. 하지만 숨 막히는 전개와 치밀한 복선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이 소설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살인사건에 달라붙은 황색언론과 선별되지 않는 정보에 날뛰는 네트워크, 개인의 배설 욕구 앞에 진실이 그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무색한, 집단의 무지가 만들어낸 거대한 카오스와 그에 암약하는 악의가 만들어 내는 참상 앞에 진실과 개인은 한 없이 무기력하다. 


현실의 '여론재판'과 '조리돌림'의 생성 구조를 잘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한 개인의 죽음이 이미지화되고 유통되는 방식, 무엇보다 그 파괴력을 묘사하는 솜씨 또한 유려하다. 다만 내용의 대부분이 관계자의 진술로만 구성되어 있는 덕에 몰입도는 다소 떨어진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방점은 확실하게 찍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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