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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ボクたちはみんな大人になれなか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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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8. 4. 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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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앞으로 5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모든 인류를 다 만나볼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만난 건 기적이다.



모에가라(燃え殻)[각주:1] 장편소설. 

일주일에 한 번 트위터를 통해 연재 되다가, 단행본으로 엮인 소설. 일본에서는 2017년 6월, 국내에는 2018년 3월 출간되었다. 


TV 자막과 그래픽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중년 남성인 화자. 그는 지하철 타고 가던 중 17년 전 한 마디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났던 연인 '가오리'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한다. 여러 상념에 빠져 있던 중 내리는 사람들에 휩쓸리게 되고, 뜻하지 않게 그녀의 계정에 친구신청 버튼을 누르게 된다. 가진 것 없고, 직업도, 기댈 곳도 변변치 않았던 젊은 시절. 자신 보다 더 사랑했던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남자는 자신의 과거와 인연을 반추한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중년 남성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소중했던 연인에 대한 기억이 주를 이루지만, 그 안에는 변변한 직장도 구하지 못해 암울했던 때, 같은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지인, 시절의 쓸쓸함과 슬픔을 공유했던 친구, 오늘날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함께 고분분투해 왔던 동료, 그리고 그저 한 번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인연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마치 오래된 책속에 여전히 꽃혀있는 책깔피들 처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화자의 담담한 독백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의 사소설이 주는 특유의 식상함과 막연함을 이 작품 또한 갖고 있지만, 화자의 감정에 동화되어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는 시간은 독자에게 자신의 기억을 마주하는 경험을 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과거에 기대어, 오늘을 버텨내곤 했던 이들에게라면, 이 소설은 의미가 있다.


블로그를 통해 소개했던 '봄의 정원'이라는 소설이 있다. 형식은 다소 다르나, '독자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동류의 작품이다. 





  1. 저자는 73년생 요코하마 출신의 남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인 모에가라는 '타고 남은 재'라는 의미가 있다.(필명으로 추정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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