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앞으로 5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모든 인류를 다 만나볼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만난 건 기적이다.
일주일에 한 번 트위터를 통해 연재 되다가, 단행본으로 엮인 소설. 일본에서는 2017년 6월, 국내에는 2018년 3월 출간되었다.
TV 자막과 그래픽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중년 남성인 화자. 그는 지하철 타고 가던 중 17년 전 한 마디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났던 연인 '가오리'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한다. 여러 상념에 빠져 있던 중 내리는 사람들에 휩쓸리게 되고, 뜻하지 않게 그녀의 계정에 친구신청 버튼을 누르게 된다. 가진 것 없고, 직업도, 기댈 곳도 변변치 않았던 젊은 시절. 자신 보다 더 사랑했던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남자는 자신의 과거와 인연을 반추한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는 중년 남성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소중했던 연인에 대한 기억이 주를 이루지만, 그 안에는 변변한 직장도 구하지 못해 암울했던 때, 같은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지인, 시절의 쓸쓸함과 슬픔을 공유했던 친구, 오늘날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함께 고분분투해 왔던 동료, 그리고 그저 한 번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인연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마치 오래된 책속에 여전히 꽃혀있는 책깔피들 처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화자의 담담한 독백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의 사소설이 주는 특유의 식상함과 막연함을 이 작품 또한 갖고 있지만, 화자의 감정에 동화되어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는 시간은 독자에게 자신의 기억을 마주하는 경험을 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과거에 기대어, 오늘을 버텨내곤 했던 이들에게라면, 이 소설은 의미가 있다.
블로그를 통해 소개했던 '봄의 정원'이라는 소설이 있다. 형식은 다소 다르나, '독자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동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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