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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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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8. 7. 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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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스스로 이야기 한다는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 

역사가가 이야기할 때만 사실은 말을 한다. 



유시민 작가의 신작. 6월 25일에 출간되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까지의 역사를 다룬 책. 총 18권의 역사서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일종의 르포르타주를 표방하고 있는데, 끝까지 읽어본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서 비평'의 성격이 더 강한 듯하다. 


수록된 역사서는 모두 당대와 현재의 평가라는 틀 안에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옴니버스인데(각 역사서 모두가 단독 챕터를 할당받은 것은 아니다), 어떤 역사서는 현재까지도 변치 않는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반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오류가 두드러져 보이는 역사서도 있다. 


[역사의 역사]에 등장하는 역사서들은 각기 평가됨과 동시에 서로가 충돌하고, 보완한다. 레오폴드 본 랑케의 역사서에서 보이는 강박과, 인간에 대한 실종은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가진 미학을 두러지게 할 목적으로 사용되며, 아놀드 J 토인비의 저작인 [역사의 연구]에서 드러나는 분석력과 총명함은 오스왈드 슈펭글러가 쓴 [서구의 몰락]이 갖는 현학성와 난해함을 디딤돌 삼아 부각된다. 각 역사서는 내용은 구성과 동시에 서술 구조에도 기여하는 셈인데, 이는 [역사의 역사]가 '읽어 볼 만한 역사서 순위 놀음'에 머무르지 않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역사의 역사]에서 다루는 대상 중 소위 '읽기 만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사마천의 [사기]는 일단 그 분량 앞에서 주눅이 먼저 들고, 가장 분량이 적은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조차 앞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다가 읽기를 멈출 가능성이 농후한 글이다. 개인적으로 오래전 한 번 '정독'한 적이 있는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 유려한 문장과 통찰에 대한 감흥과는 별개로 내용의 절반도 체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에서 [역사의 역사]의 기능성이 두드러진다. 이 책은 평소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역사서에 대한 독서를 유도하는 동시에 양질의 참고서의 역할을 하며 역사 비평에 대한 경험치 또한 제공한다. 


'지식 소매상'을 자처하는 저자에게 어울리는 결과물이다. 



cf) 이 책의 초판에는 비문이 있다. (초판에만 있는 문제로, 지금은 수정했다)

     

107 페이지 하단에 있는 

'독점적 진리에 대한 확신을 기본으로 삼은 종교라 할지라도 종교의 영역에만 있을 해악이 적으며, 세속 권력이 할 수 없는 사회적 선을 행하기도 한다.' 

는 비문이다. 


'독점적 진리에 대한 확신을 기본으로 삼은 종교라 할지라도 종교의 영역에만 있을 때는(혹은 때만) 해악이 적으며, 세속 권력이 할 수 없는 사회적 선을 행하기도 한다.' 

가 옳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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