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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誓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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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8. 7. 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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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 무렵의 나는 가당치도 않은 악당이었다".




야쿠마루 가쿠(藥丸岳)의 장편소설로 원제는 서약(誓約). 


2015년 출간 되었으며, 국내에는 2107년 2월 번역 소개되었다. 



중년 남성인 무카이 사토시는 동업자와 함께 레스토랑 겸 바를 운영하고 있다. 가게는 자리를 잡아 성업 중이며 파트너 및 직원들과의 관계 또한 원만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과 함께 이룬 가정은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로 화목하다. 그의 삶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발신인은 [사카모토 노부코]. 지금은 이미 죽어 없을 사람이다.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가 그를 덮친다. 15년 전 무카이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기회를 얻은 대신, 한 여성과 약속을 했다. 

그 놈들이 교도소에서 나오면 복수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그 일을 하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당신을 도와줄께요.


하지만 이미 죽었을 그녀가 지금에 와서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 약속은 자신과 그녀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무카이는 놀라움 속에서도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 하지만, 편지는 계속되고 마침내 그의 가족을 볼모로 한 협박이 시작된다. 도대체 발신인은 누구이며,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 앞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평탄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마주하며, 갈등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익숙한 장르의 공식을 따른다. 종반까지 사실상 주인공과 그를 협박하는 갈등 유발자의 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구조가 단순하며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가 매우 높다. 독자는 그저 범인이 누구인가 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종반 부분, 사건의 갈등이 해소되는 상황이 매우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좋게 표현하자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지만, 달리 보면 선명히 구별되던 실 몇 가락이 아무런 예고 없이 등장한 더 많은 실들과 마구 엉켜서 어쨌든 나름대로의 모양을 띄게 되는, 그 정교함과는 별개로 다소 억지스러운 마무리로 보일 여지를 갖고 있다. 결말에 대한 평가가 확실히 갈릴만 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이 소설의 장점은 서사와 인물이 주는 감정이입에 있다고 본다. 주인공 무카이의 처지와 어떻게 해서든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고군분투는 그 작위성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공감되는 지점이 있으며, 그의 과거와 연루된 사람들이 경험했던 비극과 슬픔 또한 다뤄지는 분량에 비해 인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그토록 잊고자 했던 과거가, 인간이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울 한계를 지적한다는 점에서 공감하는 바가 크다. 


인물이 여럿 등장 하는데 그들은 모두 이야기의 흥미와 구조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딱히 공기화 되는 캐릭터가 없다는 점 또한 이 소설이 갖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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