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이 되어준 것은 하늘이 아니었다. 그것을 늘....
국내에는 17년 10월 출간되었다.
호나미는 딸 가오루가 소중하기 그지없다.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가 어디에 있겠냐 마는, 가오루는 특별하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는 그녀가 긴 난임치료 끝에 사십 대 중반에서야 얻은 산고(産苦)의 보물이다. 그녀의 임신은 난임치료의 시작에서부터였다. 남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품어 태어난 가오루를 이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살고 있는 아이이데 시 강변 근처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4살 소년을 강간한 후 목졸라 살해했다. 유기된 사체는 예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에 의해 성기가 잘려나가 있었다. 사건 현장은 호나미의 집에서 체 30분도 걸리지 않는 장소에 있다. 그녀는 두려운 마음에 사건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얼마 안가 동일범의 소행으로 짐작되는 두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이 가오루를 표적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강박 속에, 우연히 목격한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성을 신고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결국 그녀는 소중한 딸을 위해 자신이 사건을 해결하기로 결심한다.
'성모(聖母)'는 전형적인 '서술 트릭' 소설이다. 때문에 사건의 범인은 이미 초반부에 드러나며 마지막까지 그것은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사건의 실체를 좀처럼 파악할 수 없다. 미스테리 소설이나, 다른 서술 트릭 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중 후반 부에 이르러, 그 일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 과정과 구조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2. 그만큼 이 소설 전반에 걸쳐 구축해 놓은 저자의 트릭은 지극히 견고하며 치밀하다. 3
소설에는 총 3가지의 시점이 등장하는데, 이는 서사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 다중 시점이야말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었으며, 그 교묘한 구성이 전체 트릭의 골자로 기능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20페이지에 모든 세계가 뒤집힌다'라는 홍보문구만큼이나, 결말은 충격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주는 진짜 쾌감은 유사 장르의 다른 작품이 그러하듯 작가의 의도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 이야기의 실체를 들여다본 독자는, 그때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대사, 시점, 묘사, 심지어 문장 부호에 이르기까지가 치밀히 설계된 장치임을 깨닫게 된다.
'살육에 이르는 병', '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등을 시작으로 주목받았던 일본 서술 트릭 소설 중에서 으뜸가는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작품 전반에 걸쳐 기생하는 저자의 '덫'은 이 소설의 첫 페이지, 첫 단락부터 설치되어 있다. 이쯤 되면 대놓고 스포일러가 아니냐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실체를 전부 파악하지 못한채로 해당 페이지를 수십 번 읽어 봤자,
당신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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