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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퍼펙트 디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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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7. 11. 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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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영인(靈子靈人)...................!!

 

 

 

 

라이트 노벨, 만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인 임달영의 작품.

 

2000년, 제로 흐름의 원(게임)으로 시작된 미디어 믹스의 알파이자 오메가에 속하는 작품. 

 

즉 원작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그동안 제로 루트, 남매의 관, 속박의 관으로 나뉘어 출판되다가 중단, 2007년 말 '퍼펙트 디멘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가필과 수정을 더하여 다시 출판되었다. 하지만 2008년 4권을 끝으로 다시 중지되었고, 6년이 지난 2016년 초 코믹 GT에서 주 2회 연재를 시작하여, 같은 해 5월 완결되었다. 종이책으로 출판된 1~4권은 현재 절판되어 중고로만 구매할 수 있으나, 코믹 GT에서 편당 1 코인으로 전편 열람이 가능하다. 이야기는 전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설의 1권이 1 부에 속하는 '남매의 관', 2 3 4 권이 2 부 '속박의 관', 5권이 마지막 3부인 '해방의 관'에 속한다. 

 

아득히 먼 옛날, 지구 역사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했던 세계 '에펠'. 그 세계의 패자인 '고리왕'의 휘하에서 최강의 에펠란티어[각주:1]로 성장한 주인공 '가시현', 그를 사랑한 패족의 생존자이자 아내인 '가의', 고리왕의 아들이자 시현의 맹우 '고리센풍' 그리고 운명의 여인인 '지하나'. 이들의 사랑과 욕망, 염원과 배신이 결국 '흐름의 원'이라는 일종의 저주에 맞물려, 그들은 영겁의 세월동안 윤회를 반복한다. 결국 그들은 현실의 시대에서도 환생, 각자에게 얽힌 비극과 운명의 사슬을 청산하기 위한 싸움을 반복한다. 

 

이렇듯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저자는 여기에 '영자력'이라는 소재를 가미시킴으로써 극은 기본적으로 초능력 배틀물의 형태를 띤다. '퍼펙트 디멘션'이 시리즈의 원작에 해당하는 작품이기는 하나, 이 자체만으로는 모든 스토리를 알 수가 없는데, 본작에서 언급되는 내용과 등장인물의 태도를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믹스의 하나였던, 코믹스 '제로 시작의 관'을 미리 감상해야 한다. '시작의 관'은 '흐름의 원'의 구성원 밖에서, 그 힘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욕망에 이용당한 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만화가 박성우 특유의 연출과 비극적인 전개가 맞물린 수작이다 . '시작의 관'을 매우 재미있게 읽은 입장에서 본작 '퍼펙트 디멘션'을 찾은 이유도 '시작의 관'에서 느낀 설정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론만 놓고 보자면, 본작은 '시작의 관' 팬에게 포만감을 줄만한 원작은 되지 못한듯하다. 

 

아쉬움 점이 많으나 그 중 몇가지만 언급하자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일부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극 중 '고리왕'은 모든 원한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직 간접적으로 등장인물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흐름의 원'의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고리왕'이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이 중첩된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고리왕의 욕망은 매우 단층적으로 묘사되어있다. 영겁의 윤희 속에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염원은 이야기의 흐름과 과거의 행보 등을 통해 짐작이 가능하긴 하나, 당사자 입장에서의 설명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비중이 매우 큰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거악(巨惡)'으로서의 존재감이 다소 희미하다. 서로 대립하는 진영의 인물들인  '칼 라이드'와 '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극의 중심부에 서있지 않을 뿐 모두 윤회의 숙명에 속박된 존재들이다. 하지만 주요 인물들에 비해 사연과 목적에 대한 부가 설명이 부족하며, 그저 전투 장면에 소모되는 존재로만 주로 부각된다. [각주:2]캐릭터를 이렇게 취급하는 방식은 그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이야기의 밀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중 가장 아쉬운 이는 한국의 에이전트인 '유신'이다. 그는 '퍼펙트 디멘션'에서는 이미 사망한 존재로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인 유기와 유영시의 아버지인 인물이다. 그는 코믹스 '제로 시작의 관'에서의 중요 인물로, 작 중 폭주한 Code Zero(영식샘플) '아사카와 슈우이치'를 무력화 시키고, 그의 제어인자인 B.C(바이오 크리쳐) 미나츠키 오세이 마저 압도한 작 중 최강의 영자력을 보유한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흐름의 원'에 속하지 않는 그가 어떤 연유로 그토록 강대한 영자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부분적인 설정[각주:3]을 통해 그의 정체를 상상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 점을 그저 독자의 상상에 맡기기에는 오히려 세계관 내에서 캐릭터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제로 퍼펙트 디멘션'은 윤회와 전생이라는 골자와 그 중심이 가족관계에서 발현한다는 설정 덕에 근친을 연상시키는 묘사가 등장한다. 특히 1권인 '남매의 관'에서 그런 부분이 도드라지는데, 작품 전체가 갖는 온도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영시'가 '유기'를 지켜보며 느끼는 감정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될 수 없는 비극을 전생에서도 반복하는 고통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중 표현들은 비감()을 연상시키기에는 다소 가볍게 읽힌다. 물론 라이트 노벨이라는 영역 안에서 이 부분은 취향의 차이로 볼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케이이치'와 '카즈미'의 관계를 보여주는 묘사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 대해 가장 불만인 점은 '제로 시작의 관'에 대한 설정 보충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시작의 관'에서 등장하는 영식샘플은 인간이 윤회에 관련된 우주의 플로우 차트를 해석하여 그 힘(영자력)을 인위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 낸 존재이다. 최초의 영식샘플은 자신의 딸과 관계하여 태어났으며, 그 양상은 '아사카와 카즈미'의 탄생까지 이어진다. 이와 같은 설정은 그 자체로 매우 충격적인 것임과 동시에 '제로 시작의 관'이 갖고 있는 특유의 비극성이 발현하는 지점이다. 이는 흐름의 원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그것이 다른 층위에서 인위적으로 반복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설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퍼펙트 디멘션'에서 다룬 영식샘플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의 관'을 그저 반복할 뿐이다. 만약 해당 부분이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다면, 기존 코믹스팬에 대한 보상임과 동시에 작품의 완성도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외전'에 커다란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정작 본작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아사카와 카즈야'의 탄생과 주변 인물, 그리고 1차 제로쇼크에 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외전'으로 엮여 나올 만큼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설정이다. 

 

'제로 퍼펙트 디멘션'이 라이트 노벨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갖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매력적인 설정과 미디어 믹스를 통해 만들어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마무리된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들이 듬뿍들어 있어서(근친빼고) 아쉬움이 더 크다. 

 

 

 

제로 퍼펙트 디멘선 주요 인물 관계도 (스포일러 위험있음)

 

 

 

 

 

  1. 영자력을 이용해 영수기 에펠란처를 조종하여 싸우는 전사 [본문으로]
  2. '칼 라이드'의 경우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본문으로]
  3. 그 또한 환생을 하여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인물이며, 여자 였으며, 어린 남자아이를 좋아한다는 설명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에텔에서 주인공 가시현의 스승 격으로 등장하는 '아미타' 혹은 가시현 남매의 어머니인 '가세지'의 환생이 아닐까 추측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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