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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의 각 18권 동국무쌍편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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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9. 9. 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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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다카츠(忠勝)[각주:1] 누구를 상대하든 그저 승리할 뿐 !

 

 

 

 

이 게시물에는 수라의 각 18권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수라의 문시리즈 외전인 수라의 각 제 18권. 8월 16일에 일본에서 발매되었으며, 국내 미발행

 

전국시대, 동국무쌍 혹은 화실겸비의 용사 [각주:2]라 불렸던 무장 혼다 타다카츠와 무츠 원명류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배경은 전작(수라의 각 13권) 이후, 혼노지의 변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사망하고 코마히코가 무츠의 이름을 계승한지 약 2년이 지난 시점.


무츠 원명류와 혼다 타다카츠는 일생을 통틀어 세 번 만난다. 


#1

텐쇼 12년(1584년) 코마키/나가쿠테(小牧・長久手) 전투 후 후퇴하던 도쿠가와 군은 겨우 수백의 병력만으로 히데요시 군의 추격에 직면한다. 그런 상황에서 혼다 타다카츠는 그 특유의 위용을 발휘, 상황을 돌파하려 하고, 가까운 곳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무츠 코마히코는 그에게 도전한다.



혼다 타다카츠의 예리한 찌르기에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던 코마히코는 한 순간 기회를 포착, 그의 창을 발차기로 튕겨낸 후 원명류의 절기 무공파를 꽂아 넣는다. 하지만 튕겨낸 창이 코마히코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는 바람에 무공파는 온전히 발휘되지 못하고, 혼다는 부하들 앞에서 무릎이 꿇리는 치욕은 면하게 된다.



하지만 불완전한 무공파의 위력을 체감한 그는 대결이 계속될 경우 자신이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라 예감한다. 무장으로서 강자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는 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나, 지금 자신이 죽게 될 경우 주군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기에 혼다는 후퇴를 결심하고 두 사람은 훗날을 기약한다. 



#2

케이초 5년(서기 1600년). 일본의 패권을 가른 세키가하라 전투. 혼다 타다카츠는 52세의 나이에 동군으로 참전한다. 이 전투에 수백의 병사를 이끌고 참전한 그는 상대편인 서군측의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 군과 격돌하던 중 위기에 처하고, 설상가상으로 그의 애마인 미쿠니쿠로(三國)가 총포에 맞아 즉사하는 바람에 낙마, 그의 애창인 톤보키리(蜻蛉切)[각주:3]마저 놓치게 된다. 그 순간 적군 측의 장수 시마즈 토요히사[각주:4]가 돌격하고, 그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두르려는 찰나, 어디선가 나타난 코마히코가 토요히사의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가격, 혼다는 다시금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그걸 보면서 기다린 거냐...). 둘은 다시 만났으나 아직은 결판을 낼 시기가 아님을 확인하고 다시 시간은 흐른다.


#3

케이초 15년(서기 1610년). 2대 쇼군인 도쿠카와 히데타다의 치세이자 혼다 타다카츠가 권력의 중심에서 물러난지 근 6년. 마침내 그가 은거중인 쿠와나(桑名)로 코히코[각주:5]가 찾아온다. 코마히코는 자신이 이 싸움에서 사망할 경우 자신과 동행한 호타루[각주:6]가 그 시신을 거둘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두 사람은 결착을 위해 마주한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빨라진 찌르기에 코마히코는 가벼운 부쌍까지 입는다. 이 번에는 혼다의 찌르기를 피한 후 회전하는 방식으로 공격, 접근하려 하나 혼다는 창의 뒷 부분으로 되받아쳐, 코마히코의 몸을 공중에 띄우고 그 상태에서 창날로 그의 상체를 공격하려 한다. 그 찰나 코마히코는 반대쪽 손으로 창의 자루를 막아 공격을 봉쇄, 더 가까워진 거리에서 두 번째 회전 공격을 시도한다. 혼다는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창을 손에서 놓고, 허리 춤의 카타나를 이용해 공격을 이어가려 하지만 그 시도마저 저지당하고, 승부가 결정 난다.

 



 혼다 타다카츠는 총 57회의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코마히코와의 첫 번째 대결에서 경험한 무공파는 본래 갑옷을 입을 상대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어서 그 충격은 내상에 한정된다. 두 번째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에서 코마히코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고 마침내 마지막 대결에서 결정타를 허용하고 쓰러졌으나 아쉽게도(?) 그곳은 전장이 아니었다. 수라의 각 18권의 내용에 빗대어 보더라도 기록은 틀린 것이 아니며 늘 그렇듯 진실은 시간(刻)만이 알고 있다.^^


수라의 각 시리즈는 그 고유의 패턴이 있다.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삶 곳곳에 '무츠 원명류'가 개입한다. 그리고 무츠는 그들의 삶에 큰 의미를 남기나 정사에는 기록되지 않는다. 이 반복되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수라의 각은 그 고유의 재미를 유지해 왔다. 그리고 이번 18권 '동국무쌍편' 또한 그 패턴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극적인 재미와 몰입감은 앞선 시리즈들에 비해 다소 미묘하다. 이번 편에는 '사이고 시로' 편에서는 느껴지는 '귀기와 정념', '오다 노부나가'나 ,미나모토 요시츠네 편에서 묘사하는 군상극, 그리고 '라이덴 타다에몬 ' 편에서 드러나는 '애잔함' 등이 거의 없다. 그저 '혼다 타다카츠'라는 강자가 있고 무츠 원명류는 몇 번에 시도 끝에 그와의 대결에 결착을 맺는 단순한 플롯뿐이다. 이는 수라의 각 시리즈가 갖는 잠재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주인공인 '혼다 타다카츠'라는 인물의 역사적 활동과 기록 때문인 듯하다. 그는 일생이 오롯이 무용과 찬사로 받들어진 인물이다. 물론 말년에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나 그 또한 그가 사망하기 얼마 전일 뿐이다. 그 사이에 극적인 사연이 끼어들 틈을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억지로 그러한 시도를 할 경우 이야기가 개연성을 잃기 쉬웠을 것이다. 이번 편의 볼륨이 다소 적은 것도 그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번 18권의 발매가 반가운 진짜 이유는 드디어 '후와 원명류'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룰 것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말미에 코마히코는 서국무쌍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무네시게에 연관된 언급을 하며 '그 녀석'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후와 토라히코'를 의미한다. 그리고 실제로 11월 15일 '수라의 각 19권 서국무쌍편'의 발매가 결정되었다. 토라히코 이후로 후와 호쿠토까지 공백으로 남겨뒀던 무츠 원명류의 가계도(바로가기)를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타다(ただ)라는 발음은 한자 '只'를 사용하는 경우 발음은 같으나 '단지/그저'의 의미이다. 말그대로 동음이의를 이용한 의미부여(말장난?) [본문으로]
  2. 무용과 지덕을 모두 겸비한 무장이라는 의미 [본문으로]
  3. '잠자리 자르기'라는 의미로 잠자리가 날아와 창날에 앉았다가 반으로 갈라졌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이름. [본문으로]
  4. 시마즈 요시히로의 조카 [본문으로]
  5. 이때 코마히코는 이미 무츠의 이름을 아들이 야쿠모(수라의 각 1권 주인공)에게 넘긴 상태였다 [본문으로]
  6. 수라의 각 '오다 노부나가'편에 등장하 사이가 마고이치의 딸인 그 호타루가 맞다 동시에 코마히코의 아내이자 야쿠모의 어머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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