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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게임-Y의 비극'88(月光ゲ-ム : Yの悲劇′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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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7. 1. 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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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는 알겠다. 이곳은 살의라는 이름의 환상과, 

사랑이라는 이름의 환상을 비밀스럽게 자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의 엘러리 퀸으로 불리는 아리스가와 아리스(有栖川有栖)[각주:1]의 장편소설 데뷔작. 

알리바이와 논리를 기반으로 구성된 작가 특유의 작풍이 시작된 소설이다.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4인은 여름합숙을 위해 야부키 산 캠프장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다른 대학의 세 그룹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의기투합하여 합동으로 캠프 생활을 시작한다. 각자 역할 분담으로 순조롭게 캠프가 진행되던 가운데 에이토 대학의 모치츠키 슈헤이가 카드를 이용한 '살인게임' 놀이를 제안하고 멤버들은 한밤중 숲 속에 흩어져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캠플 삼일 째 아침, 신난학원 단기대학 그룹 중 한 명인 통칠 '샐리[각주:2]'가 자신은 먼저 내려간다는 쪽지를 남겨둔체 사라진다. 샐리의 돌발 행동을 궁금해하던 와중 활화산인 야부키 산이 분화하게 되고, 지각의 변동으로 멤버들은 산에 고립된다. 그리고 마침내 달이 밝게 빛나는 밤, 캠핑장은 전날 그들이 참여했던 '살인게임'을 재현 하려는 듯, 범인을 알 수 없는 연쇄살인의 장으로 변모한다. 도대체 샐리는 어디로 가버린 것이며, 살인은 왜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시체가 남긴 다잉메세지 'Y'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설 '월광게임'은 일종의 밀실살인 사건이다. 쉽게 말하면, 인물확보--->밀실구성--->살인--->해결의 형태를 띠는 것이다. 추리소설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밀실살인 사건은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 현장에 도착한 탐정이나 수사관이 사건의 발생 당시를 '밀실'로 규정하면서 진행되는 반면, 이 소설은 일단 밀실이 완성된 후 실시간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구성이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통해 각자의 알리바이를 배열함으로서 독자의 추리를 방해한다. 그리고 소설의 절정에 이르러, 독자를 향한 도전장을 제시한다.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공개되었으니, 선택하라는 식이다. 때문에 작가와 독자의 논리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의 방향성을 감안하더라도, '월광게임'의 극적 재미는 낮은 편이다. 일단 개성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인물들의 대사나 상황에 대한 반응을 통해 특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고는 있으나, 그것은 눈에 띄는 결실을 보지는 못하며, 매우 파편화되어 있다. 또한 범인이 연쇄살인을 시도하게 된 이유와 그곳에 숨겨진 악의를 다소 납득하기 힘들며, 매우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립된 장소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감이나 공포감을 체감하기 힘들며, 마치 등장인물들이 전날 했던 살인게임을 연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체적으로 소품(小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소설에는 총 17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그중 일부는 별명을 사용하는데, 해당 인물은 극 중에서 본명과 별명을 바꿔가며 언급된다. 개인적으로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며, 만약 이러한 시도가 독자에게 혼란을 주기위한 장치였다면, 논리 싸움을 기반으로 하는 추리소설로써는 다소 비겁한 의도라는 생각이 든다. 


  1. 본명은 우에하라 마사히데上原正英 [본문으로]
  2. 본명은 야마자키 사유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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