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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신의 부재 (Hell is the Absence of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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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6. 7. 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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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하더라도 


-소설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음-


SF 작가 테드 창의 단편 소설. 그의 단편집 '당신의 인생 이야기'에 실려 있으며 국내에도 동일한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1

천국과 지옥이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 아파트 관리인으로 근무하는 닐 휘스크는 천사 나다나엘의 강림으로 아내 사라를 잃는다. 천사의 강림은 누군가에게는 축복을 다른 이에게는 재앙을 가져온다. 그 장소에 있던 사람 중 몇몇은 기적을 체험하지만 닐의 아내는 강림의 충격으로 사망한다. 닐은 하늘로 올라간 [각주:1]아내와의 재회를 갈망한다. 그녀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도 천국으로 가는 것뿐이기에 닐은 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강림의 목격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회합에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닐의 마음속에서 커져가는 것은 신에 대한 사랑이 아닌 분노뿐이다. 


#2

제니스 레일리의 어머니는 임신 8개월 때 천사 바르디엘의 섬광을 목격한다. 그 영향으로 제니스는 두 다리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신을 원망하던 그녀의 부모에게 하늘의 계시가 내려온다. 그로 인해 그들은 제니스가 처한 상황이 결코 벌이 아님을 확신한다. 그렇게 제니스는 신의 은총을 받은 아이로 키워졌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하지만 제니스의 이런 믿음은 천사 라시엘의 강림을 목격한 후 흔들리기 시작한다. 강림은 그녀의 다리를 돌려주었다. 가족과 친구들은 다리가 돌아온 것은 신의 사명을 훌륭하게 수행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 보상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럼 이것으로 사명은 완수된 것인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은 은총이 아니었던 건가?. 신은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다리를 돌려준 것인가?. 


#3

이선은 어릴 때부터 신이 자신에게 특별한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충실한 삶을 살며 다가올 징표를 기다린다. 어느 날 그는 몇 마일이나 떨어진 장소에서 강림으로 생각되는 현상을 감지한다. 제니스의 두 다리를 복원시켰던 라시엘의 강림이었다. 그 후 그는 회합에서 라시엘의 목격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제니스 레일리가 자신이 받은 기적이 다시 반환되어 그것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어지길 희망하며, 그것을 위해 천사의 강림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성지에 가길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선은 라시엘의 강림이 자신에게 보낸 징표임을 확인하기 위해 제니스와 동행을 결심한다. 


닐 휘스크는 그것에 휩싸인 사람은 어떤 경우라도 천국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천상의 빛'[각주:2]을 찾아 떠나고 그 순례의 과정에서 제니스 일행과 조우한다. 마침내 천사 바라키엘이 강림하고 닐은 바라키엘을 쫓는[각주:3] 도중 차량이 전복되어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결국 닐과 제니스는 천상의 빛에 둘러싸인다. 닐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신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지만 지옥에 떨어진다. 제니스는 두 눈을 잃고 이선은 이 장면을 온전히 목격한다. 


이후 제니스는 창조물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파하는 전도 활동을 재개하고 이선 또한 전도사가 되어 신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닐은 신과 완전히 단절된 지옥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지금도 여전히 신을 사랑하고 있다. 


'지옥은 신의 부재'에 등장하는 세 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양상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신에게서 비롯된 현상을 인과율로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이 직면한 결과는 원인을 담보하지 않는다. 천사의 강림에서 발생하는 기적과 죽음에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법칙은 없다. 그 강림으로 닐은 아내를, 제니스는 다리를 잃었다. 순례의 결말 또한 마찬가지다. 강간 연쇄 살인마 마저 천국으로 인도했던[각주:4] '천상의 빛'은 정작 신의 사랑을 완전히 이해하게 만든 순간 닐을 지옥에 떨어지게 했으며, 제니스에게서 두 다리 대신 눈을 가져갔다. 이선 또한 얻은 것은 특별한 역할이 아닌 신에 대한 믿음이다. 이처럼 인과율의 법칙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신의 의도에 인간의 인식에 존재하는 정의 또한 없다는 것이 된다. 신에 대한 믿음에 인과율의 규칙이 개입하는 순간 믿음은 종속변수가 된다. 그것은 언제든 절망과 분노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을 믿는다는 행위에는 '맹목'이 동력일 수 밖에 없다. 그 누구도 맹목 없이는 믿음을 유지할 수 없다. 소설의 마지막 말처럼 신앙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만족지수 : ★★★★/5


  1. 소설의 세계에서 죽은 이는 천국과 지옥 중 한 곳으로 가게 되며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목격할 수 있다. [본문으로]
  2. 연쇄강간 살인마가 살인 후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천상의 빛을 목격했는데 사형이 집행된 후 그가 천국으로 오르는 것이 목격되었다. [본문으로]
  3. 천상의 빛은 천사가 강림하거나 되돌아 가는 과정에서 세어나오는데 천사가 강림하는 시기는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천상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천사가 천국으로 되돌아 가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 [본문으로]
  4. 각주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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