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왔던 차에 올라 법원을 빠져나왔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 속으로 차가 달린다.
그렇게 나의 열세 번째 진술, 법정 증언이 모두 끝이 났다. 나는 말한다.
"내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도 아니야."
배우 윤지오의 에세이. 3월 7일 발간되었다.
10년 전, 한 배우의 죽음이 미디어를 도배했다. 유명 드라마의 조연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이었다. 그녀의 마지막이 대중에게 각인된 이유는 일명 '장자연 유서'로 불리는 기록 때문이었다. 자신의 지장과 서명 주민번호로 끝맺은, 다소 특이한 형태의 이 유품은 이 사회의 불야성이 여전히 추악한 동력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확신을 환기시켰다.
미디어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인원으로 구성된 특별팀은 증폭된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엎어 진실은 곧 눈앞에 나타날 듯했다. 하지만 알아낸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스캔들로 몸집을 불려 흉물스러운 카르텔 모두를 파헤쳐 줄 것만 같던 그 열기는 악인을 특정하지도, 고인을 위로하지도 못한 채 끝나버렸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이 에세이는 故 장자연의 동료이자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인 윤지오의 고백이다. 10대 후반의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꾸었던 꿈과 도전, 그리고 긴 시간동안 그녀를 고통속에 몰아 넣었던 기억과 극복을 위한 용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모든 것이 밝혀진다 한들 아무도 단죄할 수 없다면 진실은 의미가 없을까? 그렇다면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고백은 한낱 이벤트에 불과한가?
견고한 흑막 뒤에 몸을 의탁해 타인을 기만하며 조소하고 있을 그들에 대항하는 길은 증오가 아니다. 그들에게 고통받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선정적인 이미지 아니라 올바른 이야기로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기억이 훗날 우리를 옳은 선택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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