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오랜 세월 끌어안고 있던 비밀이, 사라져 간다.
2018년 5월 31일 출간되었다. 국내에는 올해 2월 번역 출간.
한 여름의 어느 날. 강 주변을 피투성이로 걷던 20대 초반의 여성이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이름은 하지리야마 칸나(聖山環菜). 피해자는 자신의 아버지다.
그녀는 소망하던 방송국 아나운서 2차 면접을 보던 중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면접 장소를 이탈, 구매한 식칼로 아버지가 근무하는 미술학교로 찾아가 흉부를 찔러 그를 살해했다. 칸나의 아름다운 외모는 매스컴을 자극하여 일명 '극강 미모의 살인자'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화되었다.
체포 직후 그녀가 한말. "동기는 그쪽에서 찾으세요".
그녀는 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것일까?
임상심리사로 일하는 마카베 유키(真壁由紀)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여 책으로 출판하자는 의뢰를 받아 칸나에게 접근하고, 유키의 시동생이자 그녀 1와의 사이에서 알 수 없는 과거를 가진 남자 안노 가쇼(庵野迦葉)는 칸나의 국선 변호를 담당하게 된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칸나의 고백은 그녀의 어머니와 주변인들의 증언과는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고, 유키와 가쇼는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가 엮여있는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각자의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
이 소설은 형사나 그 관계자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수사물의 형태를 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그 사건에 접근하는 인물이 있으며, 결국 그들로 인해 진상이 드러난다. 심리 상담사인 유키와 변호사인 가쇼가 형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다만 이 둘은 단지 진상을 규명하는 위치로만 등장하지는 않는다. 작중 지속적으로 암시되는 둘의 과거는 하지리야마 칸나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 동기와 같은 결 위에 있다. 때문에 독자는 소설을 읽는 내내 칸나와 두 사람에 대한 의구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되며,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을 비범하게 만드는 골자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의 심리묘사는 섬세하며, 때로는 매우 모호한데, 이는 독자의 호기심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다소 답답한 인상을 갖게 만든다.
제목인 '퍼스트 러브(First Love)'는 흔히 '첫사랑'이라고 번역되지만 이는 이 소설의 주제를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첫사랑'은 대게 연인을 향한 사랑의 표현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의 사랑', '시작의 사랑', '최초의 사랑' 등으로 바꿔 부르게 되면 그것을 오롯이 담을 수 있을까?
자신의 기저에 온전히 정착되지 못한 사랑의 기억을 가진 인간은 자의든 타의든 삶의 순간에서 그 불온에 종속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모두는 어찌보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을지 모를 그 기억의 자장 때문에 서로 이끌리는 셈이다. 작품의 마지막에 그들이 맞이하는 '해후'는 다소 상투적이고 타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흔하디 흔한 것에 다다르지 못해 고통받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길티기어 비긴(Guilty Gear Begin) (0) | 2019.07.19 |
---|---|
13번째 증언 (0) | 2019.03.16 |
수라의 각 애장판(修羅の刻 愛蔵版) (0) | 2019.02.08 |
정발판 수라의문 제2문 15권 발간 (0) | 2019.02.01 |
보기왕이 온다(ぼぎわんが,來る) (0) | 2018.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