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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권전 키라(秘拳伝 キ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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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18. 8. 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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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몸을 가진 자의 법칙은 부동의 승리.

                    상대하는 적에게는 절대의 안식....


미도리보시 타케루(碧星タケル) 원작, 미요시 유키(三好雄己)[각주:1] 작화의 격투만화. 1996년 단행본 6권으로 완결되었다. 한국에는 '필살기', '비권전' 등의 해적판으로 떠돌다가 2000년 (주)서울 미디어랜드를 통해 '비권전승 키라'라는 제목으로 정식 발매되었다. 


오키나와에 공수도가 처음 발생한 이후 목숨을 건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무적의 공수 '하오테 야가미류(南王手八神流)[각주:2]'. 그 기술을 사용하며 스스로를 '키지무나'로 지칭하는 소년 '야가미 키라'의 도전을 그렸다.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실전무술이라는 점, 그 기술들이 맨손 살인기를 지향하는 점, 시대의 그림자에서 암약해왔다는 점 등은 이 블로그에서 수차례 소개했던 '무츠 원명류'의 설정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하오테 야가미류'의 적자이나 계승자가 되기를 거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강해지려 하는 '키라'의 행보는 '무츠 원명류'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 원명류가 진정으로 지상최강인지를 증명, 그 전승을 자신에서 끝내려는 '무츠 츠쿠모'의 그것과 묘하게 닳았다. 거기다가 '하오테 야가미류'에게 패배한 경험이 있는 '무신'과 그 수제자를 등장시킨 인물 구도는 이 작품이 '수라의 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이 작품이 '수라의 문'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무대가 국내 한정이라는 점과 현실성의 측면에 있다. 물론 '무츠 원명류'의 기술에도 실현 불가능한 부분은 있으나, '하오테야가미류'의 극의에 이른 자가 도달하게 되는 '신체의 변화'는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판타지의 영역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인물의 신체를 다소 비약적으로 그리는 작화의 특성과 맞물려 더욱 도드라 진다. 




개인적으로 너무 짧게 끝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더욱 확장시킬 잠재력이 충분했음에도 서둘러 끝낸 느낌이 들어 아쉽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스스로를 '키지무나(キジムナー)'로 지칭하는데, '키지무나'는 오키나와 전승에 등장하는 요괴이자 정령을 의미한다. 비슷한 대상으로 '후나가야(ブナガヤ)'가 있는데 오늘날에는 이 둘을 사실상 동일시 한다. 주인공이 상대와 겨룰 시, 붉은 색 분장과 가발을 하는 설정은 '후나가야'의 생김새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며(링크), 이는 자신의 정체를 숨김과 동시에 요괴의 이미지로 위장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국내 정발본에서는 이를 '키지나무'로 번역했다. 마지막까지 동일하게 번역되기 때문에 실수라고는 볼 수 없는데, 아마 원본 그대로 번역하면 번거로운 부연설명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한다(무나를 나무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어떤 종류의 나무를 연상하게 한다거나...).뭐..'키지무나'가 나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작화 담당인 미요시 유키(三好雄己)는 천사와 악마의 싸움을 그려 국내에서도 꽤나 알려진 '데빌데빌'의 작가이기도 하다.  


  1. 한국에는 '데빌데빌'이라는 만화가 나름 유명하다. [본문으로]
  2. 국내판에서는 그냥 한자를 그대로 읽은 '남왕수 팔신류'로 번역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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