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은 모든 감각과 통한다.
섬세하게 다듬으면 세상이 보이고 들린다.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에게 익숙한 것,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보로 대상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식 패턴을 의미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인간은 이 용어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컴퓨터와 같은 기계라면 어떤 결론을 내리기 위해 언제나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지만, 인간은 현실적으로 그와 같이 반응하기 어려우며, 설사 그것이 가능한 환경이 된다 할지라도 그 방법이 어렵고 번거로운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향은 인간의 사고 회로와 더불어 감각의 모든 부분에도 작용하며, 미각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쓴 '미각의 제국'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대인의 식성 또한 매우 편향된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음식을 먹는다. 지금 요리에 넣고 있는 소금이, 어제 먹는 냉면의 메밀이, 직장 동료들과 틈나면 먹던 김치찌개가 원래 이런 맛이라고 생각하며 먹는다. 이렇게 말하면 식성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자신의 입맛에만 맞으면 굳이 음식을 의심하고 먹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먹을 때 상상하는 맛에 대한 정보와 혀가 실제 느끼는 맛의 합치가 오로지 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 것인가?, 그러므로 지금 먹고 있는 음식과 그 재료가 왜 이런 맛을 내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 또한 동시에 생긴다. 황교익은 이것을 맛의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길들여진 미각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우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스스로 찾고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미각의 제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진정한 맛'이라는 것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진정한 맛'이라는 말 자체가 허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모르지 않은가?. 섬세하게 다듬은 감각은 인식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저자의 말처럼 미각을 다듬다 보면 어제는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로이 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본래 편향(bias)은 오류의 원인이 된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을지 모를 맛의 편향(Taste Bias)을 걷어 내려는 시도가 그리 유난 떠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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