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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머슬(アイアンマッスル) / 아이반호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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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ndharva 2021. 1. 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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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의 아버지이자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키고 기획했던 일본 만화의 전설 나가이 고(永井豪).

 

작품의 성격과는 다르게 뭔가 인자해 보인다...

 

그가 발표한 작품 중에 아이언 머슬(アイアンマッスル) 이라는 괴랄한 설정(그의 작품 중에 일반적인 설정의 것이 몇이나 있겠냐마는..)의 작품이 있다(1983년 작품). 

 

전 5권으로 완결(인기가 별로 없어서 조기 완결되었다)

 

 이 만화는 '그래플러 머신'이라 불리는 거대 로봇을 조종하여 대결을 벌이는 스포츠인 '초격투경기 하이퍼 그래플'을 소재로 하는 일종의 격투물이다. 이미 나가이 고는 인간이 로봇에 탑승해 조종하는 설정을 가진 전작이 있고, 이 작품 또한 장르만 살짝 달라졌을 뿐 인간이 로봇을 조종한다는 점은 다름이 없는데도 괴랄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그 방식이 다소 엽기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작중에 등장하는 '그래플러 머신'은 '금속섬유'라 불리는 인공의 근육을 장착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근육이 아니라 조종자의 의지에 따라 수축/이완한다는 설정이다.

 

이 부분 만을 보면 이미 마징가의 대표적인 표절작으로 낙인 찍힌 국산 만화 '로보트 태권V'의 뇌파 공유로 로봇을 조종한다는 설정과 유사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탑승자는 자신의 각 신체 부위를 파이프 형태의 구속 기구에 연결하고 실제 팔을 당기고 몸을 움직여 기체를 조종해한다. 물론 각 그래플러 머신들은 당대의 첨단 기술을 이용했다는 설정이 있으므로 100% 인간의 근력을 동력으로 사용한다고는 볼 수 없더라도, 조종자는 훈련을 통해 인간의 한계에 가까운 근력을 내야만 하기 때문에 첨단과 원시가 양립하는 경우인 셈이다. 

 

지금 봐도 아스트랄하다....

 

이런 시도는 그 현실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다소 엽기적인지만 한편으로는 거대 로봇을 자신과 일체화 시켜 '나의 힘으로 조종해 적과 싸운다'는 세대를 넘어 명실상부한 '어린이들의 로망'에 부합하려는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실패해서 문제지....)

 

 

작품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왕도 전개 그 자체. 주인공인 '하가네 코이치(鐵光一)의 아버지이자 하이퍼 그래플 일본 챔피언인  '하가네 유지로(勇次郎)'는 58전 전승인 무적의 세계 챔피언 '오딘 더 그레이트'에게 도전하고, 사투 끝에 패배한다. 그런데 시합 직전에 발견된 유지로의 머신 '킹 아이언'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되고, 그로 인해 유지로는 목숨을 잃게 된다. 결국 코이치는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세계 챔피언 오딘을 쓰러트리기 위해 그래플러의 세계로 뛰어들며 여러 강자와 맞붙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요 골자이다. 

세계챔피언 오딘 더 그레이트(좌) VS 일본 챔피언 킹 아이언(우) 

 

 

킹 아이언은 분전했으나....결국 오딘의 필살기 '황제의 단두대'에 목이 뽑혀 패배한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의 독특한 설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하가네 유지로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탑승한 로봇의 목이 뽑힌다고해서 그것이 곳 탑승자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역전위증후군(逆轉位症候群 : Inversion Syndrme)이라는 설정이다. '하이퍼 그래플' 경기가 실제 경기를 능가하는 박진감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머신들이 인간과 다름 없는 동작과 스피드로 움직이며 경기를 진행하는 박진감 덕분인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래플러의 신경이 머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임에 즉각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감응(싱크로)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머신이 받는 데미지가 그래플러에게 직접 전달되는데, 이것을 '역전위 증후군'이라고 한다. 유지로가 탄 킹 아이언은 기체의 스펙을 최대한 높이는 과정에서 그 싱크로율을 극단적으로 증가시켰고, 유지로는 경기 도중 그것을 인식했음에도 끝까지 경기를 진행하여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처럼 탑승자가 기체와 일체화(싱크로의 극대화)하는 소재는 지금 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나, '아이언 머슬'이 발표되었던 당시에는 분명 생소하고 특이한 설정이었음이 분명하다. 나가이 고의 작품들이 훗날 수많은 로봇 만화의 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400%의 싱크로율로 에바와 동화한 신지(좌:1995)/파일럿 버나지와 완전 동화한 유니콘 건담(우:2010)

 

 

이 작품만의 독특한 설정 중 또 하나는 '성장하는 기체'의 개념이다. 작중에서 주인공 '하가네 코이치'가 조종하는 후속기 '아이언 머슬'은 '성장금속'을 장착한 첨단 기체로 적과의 대치 중 위기 상황에 처하면 일종의 '진화' 단계에 돌입해 외형이 변하며, 통상 수배의 힘으로 적을 압도한다. 이러한 설정 또한 훗날 수없이 많은 게임과 만화에서 볼 수 있는 부분으로 본작의 발표 시기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진화한 모습은 '마신(魔神)'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이처럼 나가이 고만의 참신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아이언 머슬'은 폭력적인 묘사로 점철되어 '하이퍼 그래플'이라는 로봇 격투기가 가진 처절함을 매우 흥미롭게 연출한다. 하지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없었는지 조기 연중(월간 소년 매거진 42호~50호까지 총 12회로 연재중단)하는 불운을 맞는다. 때문에 후반부는 매우 급작스러운 전개를 보이며, 이야기의 시작인 챔피언 오딘에 대한 도전 부분은 그냥 예정으로 퉁(?)쳐서 끝내버린다. 

뜯고 부수고 뽑는 호쾌한 액션이 난무한다. 
마지막회의 한 장면...허무하기 그지없다. 

 

분명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고 최소 오딘 전까지만이라도 결착을 봤으면 좀 더 나은 작품이 되었을 법한데, 아쉽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적이 있다. 

 

그 유명한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에서 출간했는데, 글/그림에 '김신일' 제목은 무려 '아이반 호2세'였다. 

(아마 당시 독자들도 허무한 결말에 황당해 하지 않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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