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에 맞춰 추악하게 춤을 추며 팔을 휘젓는 칼리의 춤사위가 보였다.
---------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 ----------
미국의 작가 댄 시먼스(Dan Simmons)의 장편소설이자 그의 데뷔작. 1
국내에는 2016년 7월 7일 발간되었다.
1977년 6월, 시인이자 칼럼리스트인 보비는 [하퍼스 매거진]이라는 잡지사로부터 시성 타고르의 제자로 알려진 시인 다스의 신작 판권 계약을 맺고 와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약 8년 전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동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비는 아내와 7개월 된 딸을 대동한 체 인도의 도시 캘커타로 향한다. 공항에는 친구인 에이브의 배려로 그를 도와줄 남성인 크리슈나가 마중 나와 그를 안내한다. 미국인인 보비에게 캘커타는 뜨거운 공기와 가난으로 점철된 암울한 공간이다. 출장은 2~3일 만에 끝날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계약을 중재하는 벵골 작가협회는 다스와 만나게 해달라는 보비의 요청을 거부한다. 그를 직접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일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보비는 크리슈나의 지인으로부터 자신이 칼리를 숭배하는 과격파 범죄집단 카팔리카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시인 다스의 시체를 제물로 바쳤으며, 그 과정에서 그가 다시 부활했다는 믿을 수 없는 고백을 듣게된다. 혼란스러운 와중 보비에게 다스의 새 원고라는 서류을 얻게되고 그 글들을 읽은 보비는 여신 칼리가 등장하는 꿈을 통해 압도적인 공포를 경험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다스 본인과 만나게 되고, 나병 환자처럼 곳곳의 피부가 부패한 몰골을 한 그와의 대화를 기점으로 보비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끔찍한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칼리의 노래'는 공포소설의 골격을 띄고 있지만, 사건의 주된 양상은 환상문학의 범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극이 진행될수록 주인공 보비가 만나게 되는 사건과 인물들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좀처럼 가늠할 수 없으며, 그의 가족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대상의 정체와 그 목적에서도 독자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신 칼리가 불러일으키는 주술적이고 신화적인 이미지는 마지막까지 이 소설을 현실과 초현실의 맥락 모두에서 자유롭지 놓아주지 않는다. 이 모두는 캘커타라는 도시가 품고있는 비참함과 폭력의 기운에 동화하여 독자에게 미증유의 공포를 선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섬뜩한 것은 소설이 보여주는 일련의 모호함이 그토록 비참하고 두려운 현실은 일상에서 언제든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압도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는 것에 있다.
인도 신화에서 가장 잔인하고 두려운 여신인 칼리는 소설 속에서 '강대한 폭력'을 상징한다. 인간의 신체를 목과 허리에 꿰어 차고 긴 혀를 내밀며 식인을 자행하는 이 잔혹한 여신은 그 폭력 앞에서는 누구든 불가항력일 수밖에 없다는 실체의 현현과 다름없다.
칼리가 '폭력'을 상징한다면, 그녀의 노래는 '폭력의 매개'이다. 소설의 종반부에서 주인공 보비가 감행하려하는 극단적 선택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압도적인 현장감과 반복되는 폭염의 묘사 덕분에 느껴지는 막바지의 해방감은 이 소설이 주는 덤이다.
#만족지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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